이른 새벽.
쌀쌀한 공기가 뺨을 스친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또다시 섬마을로 향한다. 철거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어제는 눈발이 날렸다. 하루는 덥고, 하루는 춥다. 몸이 젊어도 버거운 일인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종종 소천하시곤 한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느껴진다.
나도 그 길을 갔었다.
대형 교통사고. 나는 6개월 동안 이 세상을 떠나 있었다.
어둠 속이었다. 모든 것이 무너졌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이 세상에 있었다. 가족이 울고 있었다. 아내는 내 손을 꼭 잡고, 아이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날 바라봤다.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가혹했다.
돈이 필요했다.
나의 실수로 거액을 잃었다. 몇 개의 사업을 운영했지만, 혼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뚝심 하나로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나는 실패했고, 모든 걸 잃었다.
그래서 다시 일해야만 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삶을 보는 눈이,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이제 나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감사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이 소중하다. 그리고 나를 잊지 않고 지켜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선후배님들, 어르신들, 그리고 친구들.
삶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다시 세워질 수도 있다.
나는 다시 살아났다.
이제는 돈보다, 삶을 더 깊이 끌어안고 싶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 삶을 온전히 살아가려 한다.
호남 보도국 조경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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