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경천동지의 사태에 휩싸여야 했다.
한밤중에 국민 모두는 공포 가득한 소름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고, 세계도 눈과 귀를 의심하면서 한국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날 밤의 진실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그 진실 앞에서 그날 밤은 국민들 가슴에 섬뜩한 공포로 거듭 되살아났다.
특히 특전사 707부대는 물론 북파공작원으로 불리는 HDI 같은 요인납치 및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 병력까지 움직였다는 뉴스 보도와, 그들이 다름아닌 대한민국 국회를 대상으로 가동되었던 병사들의 실체였다는 사실에서 우린 모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하고 무당이 된 어느 개인이 군 내 주요 장군들을 움직이며 그 최강의 군병력 투입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어이를 상실케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있었으며, 그 오랜 기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국민 전체를 감쪽같이 속여왔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은 그 가공할 거짓과 위선에 혀를 내두르며 더 이상의 신뢰라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단 사실을 머금어야만 했다. 바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라는 자를 향해, 우리들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혀준 자를 향해.
민주주의와 헌법을 말함에 신뢰는 기둥이다. 그 중에서도 터럭만큼의 훼손도 없이 존엄한 신뢰로 맺어져야 하는 것이 국민과 국민 손으로 선출한 통치자와의 관계다.
이는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평안을 위한 의심할 나위 없는 절대의 조건인 바,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안보와 평화의 수호여야 하는 국가와 통치는 믿음이 깨진 불안과 의심, 정치를 향한 불신의 공격으로 얼룩지고 말 뿐이다.
이처럼 존엄한 기둥으로 굳건해야만 하는 신뢰가 그날 밤, 그 순간에 파괴됐다. 단순히 금이 간 수준이 아닌, 송두리째 파괴됐다.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해서.
탄핵 인용과 기각이라는 역사적 선택 사이에서, 지금 우린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를 매듭짓는 가장 절대의 기준은 다름아닌 그 신뢰라는 사실을. 국민이 국군통수권을 부여받은 자와 맺은 신성한 신뢰, 대통령 자리에 올라 헌법 수호를 절대 의지로 맹세해야 하는 자에 대한 국민의 흠결없는 신뢰 그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날 밤, 그 경악의 사태가 서울 한복판을 돌풍처럼 휘몰아쳤던 밤, 군 통수권을 부여 받은 대통령이 '척결'을 외치며 대한민국의 심장인 국회에 군대를 출동시킨 그날 밤,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 자리에 앉은 자와 맺은 그 성스러운 신뢰가 폭탄처럼 파괴됐다는 사실을.
보도국 백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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