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부산서 문 연 우리동네ESG센터
탄소중립과 노인일자리 창출 목표로 설립돼
노인 1680명 일자리 얻어…"활력 얻어 좋다"
부산시 "2026년까지 16호점으로 늘릴 계획"
지난달 25일 부산 동구의 우리동네ESG센터 2호점. 이곳은 금융업에 종사하다 정년퇴직한 송상욱(73)씨가 취업한 곳이다. 그는 "정년퇴직 후 10년간 해외도 다니고 악기도 배우고 놀았는데, 어느 순간 무료함과 불안감이 들었다"며 "노는 것도 경제적인 복구가 따라야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뭔가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노인일자리사업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그는 우리동네ESG센터 직원이 되고 나서 '활력'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근시간에 맞춰 움직이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노인일자리 사업이 인력 감소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동네ESG센터 동구점, '폐플라스틱' 상품 제작·판매
2023년 9월15일 부산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우리동네ESG센터 동구점. 올해 직원 50명을 모집하는 공고에 250명이 몰릴 정도로 부산 지역 시니어 사이에서 인기다. 현재 개소된 센터 4곳 중 유일하게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눈길을 끈다.
우리동네ESG센터 동구점은 지상 1~3층 약 150평 규모로 설립됐다. 1층은 플라스틱 장갑과 조끼 등을 만드는 친환경 제품 작업장, 2층은 플라스틱 제품 판매장과 장난감 교환소, 3층은 사업 운영 회사인 코끼리공장에서 원료화 작업을 거쳐 가루가 된 플라스틱을 색깔별로 모으는 플라스틱 작업장이다. 작업장은 작업조, 교육조, 장난감조로 구성돼 있다.
작업조는 코끼리공장에서 원료화 작업을 거쳐 들어온 폐플라스틱을 색깔별로 분류한 뒤 1층에 있는 장갑 짜는 기계, 재봉틀, 자수 기계, 열 압착기, 컬러 프린터 등을 통해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 이들은 작업용 조끼와 안전조끼, 모자, 장갑, 수건, 노인용 안전 손잡이 등을 만들어 '거북이공장'이라는 시니어 브랜드명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한다.
교육조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 자료를 활용해 강연한다. 장난감조는 센터에 기부된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을 세척하고 분해한다. 상태가 좋은 장난감은 세척 후 장난감 교환소에 두고,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원료화 과정을 위해 코끼리공장으로 보낸다. 전 국민 누구라도 동구점에 방문해 자신의 장난감과 이곳의 장난감을 교환해 갈 수 있다.
◆"올해 말까지 11호점 설립…노인 2680명 일자리 얻을 것"
부산시는 지난 2022년 12월28일 금정구의 한 임대아파트 상가 1층에 탄소중립과 노인일자리를 연계한 우리동네ESG센터 사업지 1호점을 설립했다. 이후 동구점, 해운대구점, 영도구점에 잇달아 설립했으며, 2026년까지 모든 구·군에 1곳씩 총 16개의 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에 따르면 사업 시작부터 지난 2024년 말까지 500㎖ 생수병 650만개 분량에 달하는 75.6t 상당의 폐플라스틱을 수거했다. 이로 인한 탄소배출 저감량은 약 95.3t에 달했으며 총 1680명의 노인이 일자리를 얻었다. 올해 목표치인 11호점까지 차질 없이 설립된다면 2680명의 노인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부산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동네ESG센터는 어르신과 아이의 세대차이를 줄이는 세대이음 장소로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했다"며 "각 센터마다 지역특성에 맞는 제품이나 프로그램, 시설 등에 차별을 둬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도구에 설립된 4호점은 커피산업이 특화된 지역 특색에 따라 커피박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커피박(커피 찌꺼기)으로 만든 천연 점토로 열쇠고리를 제작하는 등 체험 행사가 열린다. 아울러 커피박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시장화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서구 명지지구와 에코델타지구 사이에 설립될 6호점은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시는 이곳에 어린이친화성격을 넣어 북카페와 실내·외놀이터를 만들 계획이다. 또 북구 금곡동에 세워질 7호점은 독거노인가구가 많다는 특징에 따라 어르신의 끼니와 안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방문 도시락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된 우리동네ESG센터 사업은 탄소중립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사업 모델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보건복지부가 이 사업을 전국화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UN, 태국, 중국, 인천시, 충남 등의 기관에서 1375명이 부산을 찾았다. 이중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미추홀구에 우리동네ESG센터를 설립했다. 올해 서울, 전북, 충남 등에서 ESG센터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시 관계자는 말했다.
시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협력해 개발도상국 등에 확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
부산.경남 최갑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