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어느 골목에 자리한 작은 식당, ‘시공밥상’은 해가 채 뜨기 전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한낮의 북적임과는 달리 새벽에는 어둠과 고요가 깃들지만,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든든한 ‘새벽 밥상’이 되어 준다.
그러나 요즘 성북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심 외곽이나 신도시 개발 등으로 구도심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외치며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공공기관과 관공서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실제로 상인들이 체감할 만한 도움은 미미한 게 현실이다. 당장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방문만으로도 지역 상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텐데,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벽에 문을 여는 시공밥상을 직접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구도심 골목은 활기를 띨 것이다.
물론 매번 시장이 발벗고 나서서 새벽역부터 뛰어다니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모 구청장처럼’ 지역 현장을 자주 찾고 상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크다. 시장이나 지자체장이 직접 새벽공기를 마시며 현장을 둘러보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그 자체로 상인들에게는 커다란 격려와 관심의 표시가 된다.
정책이란 결국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골목 상권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장에 발을 디디고 문제점을 듣고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일 것이다.
구체적인 재정 지원, 홍보, 편의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그 시작점은 상인들이 ‘우리를 진짜로 생각해주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공감과 소통이다.
새벽부터 성실하게 가게 문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시공밥상처럼, 지역사회와 행정도 새벽의 공기를 마시며 ‘실질적’이고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우리 동네에 작은 식당 하나가 살아나면, 그 주변으로 또 다른 가게들이 숨을 불어넣고, 결국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윤 시장이 직접 발 벗고 새벽역에 뛰어다니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골목을 한 바퀴 걸으며 상인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작은 발걸음이 성북동을 비롯한 원도심 상권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지도 모른다.
호남 보도국 조경수 국장
naju31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