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논란 속 ‘소통의 역설’…태백 시민게시판, 민원 폭주


청렴도·민원서비스 꼴찌…행정 신뢰도 바닥?


민선8기 출범 이후 ‘불통 행정’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강원 태백시. 공식적인 소통 창구는 막혀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시청 홈페이지 ‘시민게시판’에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정의 불통이 반복될수록 시민들의 분노는 게시판을 통해 더욱 뜨겁게 분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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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기준 태백시청 시민게시판에는 ‘태백시장은 김모씨의 진심어린 노력을 도용하지 마시라’, ‘사기·횡령’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포함해, ‘산나물축제’, ‘쓰레기 몸살’, ‘시장은 공무원 관리를 똑바로 하시오’ 등 민원성 글이 쉼 없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의 불만은 단순 생활 민원부터 행정 정책에 대한 성토까지 전방위적으로 쏟아지고 있으며, 게시판은 사실상 태백시의 여론 광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같은 폐광지역인 정선, 삼척, 영월의 시민게시판이 부동산·광고·행사 안내 글이 주를 이루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태백시 게시판은 거의 매일 지역 현안과 행정 논란을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산나물축제를 두고는 “행사 장소 선정과 초청 가수 기준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부터 “지역특산물 소비 촉진이라는 본래 목적을 잊은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아파트 쓰레기 투기, 공공체육시설 관리 부실, 보행로 보수, 구내식당 폐쇄 논란 등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도 빠짐없이 도마에 올랐다.

시청 구내식당 폐쇄 문제를 두고는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사기마저 꺾는 결정”이라는 동정론과 함께 일방적인 폐쇄를 비난한다.

사회단체장 A씨는 “민선8기 들어 시의회와의 불통, 체육회 패싱, 특정 계층 선호 논란까지 시민들의 불신은 끝없이 커지고 있지만, 시민게시판만큼은 유례없이 소통이 과열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도대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폭주하는 민원과 불만은 단순한 불평을 넘어, 행정에 대한 신뢰 붕괴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 B씨는 “시청은 시민과 직접 소통하기보다, 시민게시판을 읽고 여론을 따라잡기에도 벅찰 지경”이라며 “행정과 시민이 따로 노는 도시, 그 틈을 메우는 유일한 공간이 게시판뿐이라는 게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태백시의 불통 논란은 단순한 민원 폭주에서 그치지 않는다.

민선8기 들어 브리핑룸 폐쇄, 체육회와의 소통 단절, 시의회 불통 논란, 구내식당 폐쇄, 특정 계층 편향 인사 논란 등 갈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여기에 최근 태백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2023년, 2024년) 최하위를 기록하고, 2024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도 전국 최하위 수준의 낙제점을 받았다.

시의원 C씨는 “장성광업소 폐광 이후 대체산업 유치 역시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며 “시민게시판을 보면 행정은 불통, 게시판은 과열 소통’이라는 상황은 시정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강원 방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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