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 1조649억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안전 자산 수요 확대
금(金)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금 통장(골드뱅킹)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미 트럼프 대통령발(發) '관세 폭탄'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관련 상품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판매하는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1조64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 잔액 6101억원 대비 4548억원(75%) 가량 급증한 것이다. 지난달 말 1조원을 넘어선 골드뱅킹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약 보름 만에 384억원 불어났다.
골드뱅킹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 계좌를 통해 금을 0.01g 단위로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다. 실물 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입 기한이나 금액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금을 매입·매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금 통장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국제 금값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1온스(약 31g)당 33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에서도 지난 17일 순금 한 돈(3.75g) 가격이 65만6000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금 투자 열풍은 은(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은 통장(실버뱅킹)을 판매하는 신한은행의 실버뱅킹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576억원으로 지난해 말(445억원) 대비 131억원(29.4%) 급증했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만큼 금을 대체할 투자처로 은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은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국제 은 시세는 지난 17일 기준 온스당 32.98달러로 지난해 말(29.24달러) 대비 3.74달러 가량 올랐다.
금·은 가격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진 영향이다. 경제 불확실성 속 금융시장 혼란이 커질 수록 금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 가격이 3400~3500달러 이상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안전 피난처'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상 완화 기조가 유지되는 한 금 가격의 강세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연내 금 가격이 온스당 3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부 김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