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료기관들 바가지 진료·탈세 의혹까지
고령 환자와 진폐환자가 몰려 있는 강원도 폐광지역에서 일부 의료기관이 초음파 검사와 무통주사 처방을 남발하며 비급여 진료비 폭탄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료비 과다청구뿐 아니라 현금 납부를 유도해 탈세까지 의심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태백과 정선 등 폐광촌 주민들에 따르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무분별하게 권유하거나 수술용 무통주사를 통증 완화 명목으로 반복적으로 처방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비급여 항목 위주의 진료가 관행처럼 이뤄지며 주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폐광촌 A의원을 찾은 주민 K씨는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여러 부위 초음파 검사를 권유해 진료비로 한 번에 70만원을 냈다”며 “초음파 검사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라 진료비가 최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다”고 털어놨다.
이 의료기관은 주 4일만 진료를 보면서도, 지역 내 다른 병원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B, C의원 에서는 고령 환자들에게 무통주사를 과도하게 처방하며, 현금 납부 시 ‘할인’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현금 납부를 유도하면서 카드 결제를 피하고, 탈세를 위한 수법이 아니냐”는 불신을 드러냈다.
특히 폐광촌 주민 상당수가 과거 탄광 근로로 인해 진폐증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으며, 산재보상금을 수령하는 고령층 환자가 많은 점을 악용해, 진료비를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당 의료기관 원장은 “환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초음파 검사를 남발했다는 의혹을 받은 원장은 “초음파는 CT나 MRI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고령 환자의 경우 여러 부위 검사가 필요하다”며 “장비가격이 고가여서 다른 의료기관의 초음파 장비와 차이가 많다”고 반박했다.
무통주사 과다 처방 지적을 받은 의료기관 원장 역시 “탄광 노동 등으로 평생 몸을 혹사한 고령 환자들의 통증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마약류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안전한 통증 완화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의료비 폭탄’의 원인이 의사의 상업적 진료 행태에 있다는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태백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진폐 후유증과 통증을 안고 사는데, 일부 병·의원은 이를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들은 지역사회 봉사에도 관심이 없는 의료인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백시는 현재 병원 3곳, 의원 21곳, 한의원 7곳, 치과 10곳이 등록돼 있으나, 이들 의료기관은 인구가 집중된 황지권에 편중되어 있다.
강원 방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