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성관계 후 성폭행' 혐의…1심 무죄, 2심 실형

채팅을 통해 조건만남을 하기로 약속하고 만난 여성을 조건만남 이후 강제로 다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무죄가 선고된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9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A(26)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3년 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18년 10월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0대 여성 B씨와 남자화장실 용변칸에서 조건만남 명목으로 유사 성관계를 마친 후, B씨를 힘으로 제압해 다시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고 위력을 행사하면서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조건만남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혐의에 대해서는 2019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간 혐의 부분에 대해 B씨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당시 장소가 남자 화장실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수치스러울 것 같아 못했다"며 "너무 무서워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실제로 때리지는 않았지만 말을 안 들으면 맞을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고,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에 대답하지 않는 진술 태도를 보였다"며 B씨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로 제압을 당했다기보다는 성관계가 끝나야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깨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첫 번째 성관계가 끝난 후 두 번째 성행위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진술하기 어려운 것까지 묘사했다"며 "부수적인 내용을 들어 전체적인 진술 신빙성을 배척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두 번째 성행위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없다"며 오히려 A씨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조건만남만 생각하고 나온 피해자가 처음 만난 피고인으로부터 남자화장실 칸 안에서 '다시 계속해도 되느냐'에 대한 동의나 양해 없이 짧은 순간 돌발적으로 유형력을 행사당할 경우 상당히 위축되며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조건만남이나 성매매를 위해 만났다고 해도 상대방 여성의 동의 없이 폭력을 사용해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심지어 피고인은 성매매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채 도주하기까지 했다"며 "이런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조건만남으로 약속된 첫 번째 성행위 외의 두 번째 성행위를 합의된 성관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수 없고 미필적으로나마 강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직후 구속영장을 발부해 A씨를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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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