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서 '갑툭튀' 8살 친 40대 무죄

정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도로 가운데로 뛰어든 여아
즉시 제동에도 사고 피하지 못해 "예견·대비 의무 없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를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심재현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7일 오후 2시 50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편도 1차선 도로)에서 SUV를 몰다 도로로 뛰어나오던 B(8·여)양을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진행 방향 왼쪽에 정차된 차량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도로에 뛰어든 B양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사고를 재연한 경찰 수사 보고서에 'A씨가 정차 차량 뒤편에 완전히 가려져 있던 B양을 식별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로 가운데로 뛰어든 B양을 발견한 즉시 제동했으나 사고를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록된 점, A씨가 제한 속도(시속 30㎞)를 지키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어린이가 도로를 통행하거나 통행하려 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예견해 대비해야 할 주의 의무가 A씨에게 없다고 봤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것까지 예상하면서 제한 속도보다 서행하거나, 시야에 제한이 있는 구간마다 일시 정지해 어린이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 A씨가 B양이 뛰어나온 지점으로부터 6m가량까지 접근했더라도 B양을 식별할 수 없었다. B양의 모습이 보일 수 있었다고 가정해도 남성 3명이 걷고 있던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체구가 작은 B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씨는 당시 전방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교통 상황을 주시했는데, 이를 과실로 평가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A씨가 갑자기 튀어나온 B양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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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영광 / 나권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