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와 사는 10대 중국동포, 보이스피싱 가담…法 "출국명령 위법"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수거 역할 맡아
출국 명령에 "중국에 돌봐줄 사람 없어" 불복
법원 "출국 명령 따른 불이익이 공익보다 커"

보이스피싱 범죄에 단순 가담한 중국동포 미성년자에게 출국 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지난 9일 중국동포 A(17)군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출국 명령과 체류 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A군은 외조부모가 모두 사망하자, 지난 2018년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있는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군은 PC방에서 알게 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함께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조직은 "은행에서 돈을 찾아 보관하면 CCTV로 지켜주겠다", "정보가 유출됐으니 돈을 인출해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 두라"며 노인들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A군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출국 명령과 체류 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내렸다. A군은 "범행 당시 사리 분별 능력이 부족했고, 중국에 출국하게 되면 미성년자인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해당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서 공공의 안전을 해할 염려가 있다"며 "A군은 강제퇴거 대상에 해당함에도 그보다 가벼운 (출국명령)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강제퇴거나 출국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출국명령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군이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므로, 해당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나 출국 명령은 행위자의 연령, 범행내용, 횟수, 범행 이후의 정황 등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또 "출국 명령 처분에 따라 A군이 중국으로 출국하게 되면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친과 함께 출국할 경우 약 14년간 국내에 마련한 경제·사회적 생활 기반을 모두 잃게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범행 당시 만 14세에 불과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기는 했으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고, 총책 지시에 따라 현금 수거 역할을 한차례 수행한 것이어서 가담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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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