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석학의 한탄…"석·박사 5565명 필요한데, 가르칠 교수가 없다"

'반도체 석학'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주장
"연구중심大, 평가 우선시…반도체 교육 쇠퇴"
"학생 30% 반도체社 취업…반도체 교수는 2명"
尹 반도체 인재양성 주문에 교육부 공개토론회
교육부 공무원 적어도 5명 중 3명 참석해 '열공'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으로 정부가 반도체 분야 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연구와 교육을 맡을 해당 분야 신진 교수 부족이 인재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가 주최한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 공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황 교수는 "대학은 기업이 연구하지 않는 바보같은, 크레이지(Crazy, 미친) 아이디어를 내야 하며, 기업은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인재들이 공부해 '크레이지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며 "인재는 교수들이 키우는데 교수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2014~2015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냈으며 반도체 분야 연구 논문만 600여편 이상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발제문에서 기업의 인력수급 전망 자료를 인용, 반도체 산업의 석·박사급 인력이 내년부터 오는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5565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학부생은 수요보다 6207명이 많았다.


다만 황 교수는 이런 전망에 대해 "아규어블(arguable, 논쟁의 소지가 있는)하다"면서 반도체 인력난이 생기는 원인은 기업에서 즉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교수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서울대 공대 교수 330여명 중 기업들과 토론할 정도의 교수는 10명 남짓"이라며 상당수가 업계에서 경쟁하는 최신의 기술을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 분야는 축적된 지식의 양이 이미 커서 지식 한 점이라도 더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며 "석·박사급 연구를 통한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렇지만 황 교수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카이스트(KAIST)를 비롯한 대학들은 각종 대학 평가 지표를 채우느라 교육보다는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쓰는 데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연구성과 때문에 자신이 속한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면역학 전공하는 교수를 뽑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가 자신이 속한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43명 중 2명(5%)에 불과하고, 졸업생 30%가 반도체 회사에 취업해서 재교육을 받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 황 교수 지적이다.




정부와 산업계의 연구비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했다.

황 교수는 "직접 통계를 내 보니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 수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400~500명"이라며 "대학원생 1명을 키우는 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억원인데, 현재 정부 연구비와 기업 산학협력 지원금으로는 연간 1000명 정도를 육성할 수 있다. 산업계는 이보다 몇 배 이상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들도 교수 양성과 대학 교육 질 개선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황 교수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공자인 김지훈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단순히 대학 학부 정원을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생 수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교수, 공간 등을 더 지원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형환 SK하이닉스 채용담당 부사장은 계약학과를 더 확대하려 하지만 "교수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우수 인재를 조기 확보하고 현장에 가장 가깝게 교육해 바로 현장에 투입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계약학과에서 가르치는 정보가 굉장히 아웃데이트드(outdated, 구식인) 정보가 되면 유명무실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솔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사과정생은 "현재 우리 대학의 지도교수 당 대학원생 수가 20명"이라며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 연구성과를 잘 내는 신진 교수를 많이 유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교육부 대회의실에는 오석환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실장급 간부 2명, 국장급 13명과 실무 과장들이 참석했다. 토론회가 중계된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는 많게는 400여명의 교육부 공무원들이 접속해 강연을 들었다. 교육부 총 정원은 647명인데, 적게는 5명 중 3명 이상이 들은 셈이다.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경제부처적 사고'를 강조하며 반도체 인재 양성을 돕기 위해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한 뒤로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향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방문, 전 직원 직장교육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 대해 이해를 넓히고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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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