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들 "청와대 활용방안 논의 전 철저한 연구·조사 필요"

문화재위·무형문화재위원회 분과위원장 12명 청와대 답사

 "청와대는 조선시대에 경복궁 후원으로 사용됐어요. 청와대 권역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고려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활용 방안을 결정해야 합니다."



전영우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문화재위원들과 서울 종로구 청와대 경내를 둘러본 후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문화재청 정책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의 분과위원장 12명은 이날 처음으로 청와대를 함께 답사했다. 이들은 대통령 집무 공간이던 청와대 본관을 비롯해 영빈관·녹지원·침류각·오운정 등을 둘러봤다. 대통령 관저 뒤 언덕에 전시돼있는 보물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도 함께 관람했다.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전 위원장은 "청와대 경내에는 180여종의 나무 5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릴 때마다 나무들이 역사의 현장을 지켜봤다. 청와대 지형이 많이 바뀌었는데, 나무들이 있는 곳은 지형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2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 12명 중 10명이 기념식수한 나무 20여그루가 있다"며 "대통령들이 기념식수한 나무들의 안위를 전문가들과 조사한 적이 있다. 이중 의미있는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청와대 활용 방안을 놓고 각계각층에서 박물관·미술관·공연장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권역 전체를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 권역이 역대 대통령이 집무한 공간으로, 근현대 정치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문화재위원들은 청와대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청와대 활용 방안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청와대 터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인 1104년 남경(서울)의 이궁(수도 밖 별궁)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태조 이성계가 이궁의 남쪽에 경복궁을 1395년 창건하면서 궁궐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청와대 권역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조선시대 때 왕을 낳은 후궁들의 위패를 모신 '칠궁' 등 61점의 문화유산이 분포돼 있다.

"경복궁과 연계돼 경복궁 후원의 역사성이 회복돼야 합니다. 문화재청이 주관해서 청와대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문화재청의 숙제입니다."(이재운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장)



"청와대 활용 방안에 대해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을 하는 게 좋다 또는 나쁘다는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청와대 터가 지닌 가치와 경관적 가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청와대가 비어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심도 있는 논의와 철저한 조사·연구가 있었으면 해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청와대 활용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박경립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위원장)

"청와대가 한국 근현대사에서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문화가 자산이고 국격을 높일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조상들의 숨결이 담긴 전통 공연이 펼쳐지면 이 공간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서둘러서 결정하면 좋은 일이 없어요. 청와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나가길 바랍니다."(김영운 무형문화재위원장)

"현재 청와대 터는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이 위치한 자리였습니다. 고려 왕조가 천도까지 계획했던, 고려 남경의 별궁이 있었던 자리가 청와대입니다. 문화재청에서 서울 역사의 중심지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활용과 보존계획을 잘 세워줬으면 합니다."(이청규 매장문화재분과위원장)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대통령비서실, 관련 기관과 함께 청와대 권역을 국가의 상징적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보존·관리·활용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장을 겸하고 있는 채수희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은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기관과 함께 지혜를 모으고, 관계 전문가 의견과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장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청와대 역사성과 상징성에 잘 부합하는 경내 행사를 진행하고, 노약자·장애인들의 관람시설 편의를 위한 시설물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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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