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文·李수사'에 野 갈등 접고 대여 투쟁모드 전환

6·1지선 직후 보름간 이어진 '친명'-'비명' 갈등 잠잠
산업부 블랙리스트·대장동 수사에 野 "대응기구 출범"
계파 관계 없이 "기획수사" 한목소리로 단일대오 구성
'전 정권 흠집내기' 서해공무원 사건에도 날 세워 대응
8월 전당대회 전 '룰' 논의 속도내며 갈등 재분출 전망

'이재명 책임론'을 놓고 격화되던 더불어민주당 내 '친이재명계'(친명계)와 '반이재명계'(반명계) 간 계파 갈등이 일시 소강상태에 들어선 모양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조사 결과 뒤집기에 이어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대장동·백현동 수사로 검경 수사의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을 향하면서 '단일대오'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해 '대여 투쟁' 모드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오는 8월 말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사정 광풍을 고리로 한 민주당의 '원팀'이 대여 투쟁 화력을 강화하며 강한 야당을 구축할지 관심을 모은다.

민주당은 17일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와 대장동·백현동 수사를 '정치보복 수사'라 규정하고, 오는 20일 관련 대응 기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일련의 수사가) 하루 이틀 사이에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은 분명 자체 기획된 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상혁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블랙리스트 수사에 이어 경찰이 이 의원의 성남 백현동 개발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당 차원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당장 당내에서도 계파와 무관하게 검경 수사를 규탄하며 '단합'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백운규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영장) 청구단계부터 좀 과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의원 수사에 대해서는 "과연 진짜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이 진행되는 것이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전재수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수사와 기소라는 공권력을 가지고 통치에 이용하려는 거 아니냐"라고 비판하고 블랙리스트 수사 등에 대해서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와 이 의원을 향한 검경 수사를 언급하며 "지금 네 탓 공방할 때가 아닌 여러가지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부분"이라며 "당을 함께할 수 있는 문화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내 갈등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단일대오' 유지에 힘을 보탰다.

이재명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 발표를 비판하면서 "진영, 노선, 계파 등 갈등적 요소는 과감히 내려놓고 오직 국민, 오직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합심·협력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파 갈등이 잠잠해진 데는 16일부터 불거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양경찰청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피해자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당시 발표를 2년 7개월 만에 번복하고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당시 발표 경위를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정부여당의 움직임도 전 정부 흠집내기를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날을 세우고 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의도적으로 전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면서 살살 기었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싶으신 모양인데, 당시 문재인 정권은 아주 강력하게 우리 국민의 희생에 대해 북한에 항의했고, 이례적으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까지 했다"고 말하며 "솔직히 이걸 (지금) 왜 또 꺼내들어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면에서 이 의원의 책임론을 거론해왔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에 따라 실체적 진실도 바뀐다면 이는 곧 국가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해경 발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6·1 지방선거 직후부터 약 보름간 이어졌던 '이재명 책임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계파 간 '휴전'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가 붙으면 당권 도전을 향한 세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현재는 계파를 막론하고 비판하고 있는 대장동 의혹 관련 이 의원의 수사가 잠재적 갈등 요소로 꼽힌다. '피의자' 명시된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이 맞느냐는 '자격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3일~24일 민주당 전체 의원 워크숍을 계기로 갈등이 다시금 분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의 패인을 분석하고 전당대회 운영을 포함한 당 쇄신 방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명 책임론'과 전당대회 '룰' 변경을 두고 각 계파가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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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