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먹고 출산한 아기 변기물에 방치 숨져…친부 집행유예

"아이 원치 않는다"며 아내에 임신중절 종용
재판부 "영아 변기에 방치, 사망에 이르게 해 죄질 나빠"

아내가 임신중절약(낙태약)을 먹고 출산한 아이를 변기물에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범행에 가담한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임신중절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아내는 이번 사건 전에 낳은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보육원에 보냈고, 2차례의 임신중절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지법 형사제1단독(부장판사 김승곤)은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 아동 관련기관의 운영, 취업 등의 금지를 명했다.

A씨는 지난 1월 8일 오후 6시 45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아내 B(20대)씨가 출산한 남자 아기를 변기물에 30분간 방치,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B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불법으로 낙태약을 구입해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낙태약 구입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을 먹고 3~4일 후 복통을 느낀 B씨는 31주 차에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조기 출산했다.

B씨는 "아기가 태어났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얼마 후 숨졌다.

당시 병원에 도착해 응급조처를 받은 아이는 자발적으로 호흡을 시작했지만, A씨와 B씨는 연명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사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아기의 사망 경위에 수상함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당초 B씨는 경찰에서 "아이가 이미 숨져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검색 기록을 비롯해 의사 소견 및 낙태약을 구매한 정황 등을 근거로 B씨를 지속해서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B씨는 '아이 탯줄 처리', '아이가 태어나면서 울면 병원에서 아나요'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사실혼 관계인 남편과 함께 거주하던 B씨는 임신 8개월 차인 지난해 말께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들키고 병원을 찾았으나 낙태 가능 시기(임신 주수)가 지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수사기관에서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이상 남편의 도움 없이 아이를 낳거나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임신중절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내가 임신 8개월에 이른 상태임에도 임신중절을 종용하고 약물을 복용해 영아를 변기에 분만하자 그대로 방치, 사망에 이르게 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고인이 원해 아내가 이전에도 2차례 임신중절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사체를 유기하지 않고 늦게나마 112신고가 이뤄졌던 점, 피고인이 2개월 가까이 구속돼 있으면서 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력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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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