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특별재심 수형인 13명 무죄

'검찰 항고' 논란…우여곡절 끝 명예회복
유족 "왜 내 아버지만…항고에 가슴 철렁"

제주4·3 희생자 13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검찰이 항고를 제기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 제4-1부(부장판사 장찬수)는 21일 일반재판 특별재심 청구인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청구인들은 지난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제주도 일원에서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불법 연행된 뒤 일반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받아 형무소에 수형된 희생자들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이번 특별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 희생자에 대한 심사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심 심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광주고등법원은 지난달 27일 이미 희생자로 결정된 피고인들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지난 70여년 간 유족과 희생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고인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무죄를 구형했다.

청구인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이 사건 피고인들은 4·3 당시 밭에서 농사를 짓다 무장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가 하면 집에서 딸의 머리를 빗겨주던 중 군이 들이닥쳐 끌려가는 등 영문도 모른 채 영장도 없이 끌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유족들은 대부분 70~80대인데, 검찰의 항고 소식을 듣곤 옛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도 말했다"며 "지체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며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 제출이 없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속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무죄 선고가 내려진 후 방청객에 있던 유족들은 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희생자 고(故) 박경생씨의 딸 박부자씨는 "8살 때 아버지가 끌려가는 모습을 본 어린 소녀가 어느덧 80대 중반이 됐다"며 "어렵게 재심 청구를 했는데, 항고가 제기됐다고 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왜 우리 아버지만 안 되나' 생각도 했지만 오늘 다 지나간 것이라 생각하고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판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고(故) 고한수씨의 딸 고춘자(80)씨는 "제가 6살 때 군인들이 집을 찾아와 이곳저곳 뒤지면서 어머니에게 '남자들 어디갔냐'며 짓밟고 때렸다. 아버지는 잘못한 것도 없이 억울하게 잡혀갔다"고 토로했다.

고씨는 "극악무도한 이런 것에 대해 국가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사과를 받아야 하는 나라에서 못 받고 있다.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다"고 그간의 아픔을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늘 법정에 와 무죄 판결이란 소리를 들으니 다행이다. 이것이 해결이 안 돼 부모님에게 죄 지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피력했다.

고(故) 현봉기씨의 손자는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과 변호인, 제주도청 4·3지원과 등 모든 각계 분야 사람들이 4·3해결에 힘써줘서 감사하다"며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현재까지도 실종으로 남아있다. 이 판결을 말미암아 관련 절차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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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