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영국 노동시장 1970년대보다 더 나빠"

"업무 자동화 등으로 노동시장 악화…고통 경제 전반 분산해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임금 인상→물가 상승 악순환 경고

영국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는 영국의 노동시장이 1970년대 상황보다 더 나쁘다고 진단했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는 사측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21일을 시작으로 23, 25일 3일간 대규모 파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으로 열차 5대 중 4대는 운행을 하지 않으며, 이달 말과 7월에 추가 파업이 예고됐다.


▲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 시민이 철도해운노조(RMT) 파업으로 영업하지 않는 유스턴역 [런던=AP/뉴시스]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21일(현지시간) CNBC에 "영국의 노동시장은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에 더 큰 조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어떤 측면에서 1970년대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며 업무 자동화라는 새로운 기술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노동시장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피사리데스는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이런 고통을 경제 전반으로 분산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사리데스 교수는 "강력한 노조가 있는 경제 부문은 많지 않다"며 "제조업 전체가 파업을 했던 1970년대와 같이 거대 국유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한 노조를 가진 노동자들에 인플레이션과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나머지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피사리데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2차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고조가 임금 인상을 야기하고 또 이것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잉글랜드 은행(영국 중앙은행)이 예측하는 물가상승률에 일치하거나 이에 근접한 수준으로 임금이 인상되면 악순환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사리데스는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사리데스는 "70년대에는 물가를 잡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마거릿) 대처(총리) 정책은 엄청난 실업률을 초래했다. 다시 한번 그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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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