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안부, '치안감 인사 번복' 파문에 서로 "네 탓"

경찰 "처음 행안부에서 받은 안이 잘못된 버전"
인사 뒤집기 의혹엔 "그럴 시간이 없어" 선긋기
행안장관은 언론 인터뷰서 경찰 업무처리 지적
행안부도 "검토 중 자료 외부에 공지" 공개반박
"경찰청장 추천권은 행사돼…의견 충분히 개진"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전보 인사가 발표 2시간 만에 내용이 바뀐 사태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인사가 발표 이후 뒤집힌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다만 행안부는 경찰이 성급히 일을 진행해 문제를 만들었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에서 여러 인사안을 보내고 수정·조율되는 과정이 있었다"며 "최종안인줄 알고 받았는데 나중에 (행안부 쪽으로부터) '최종안이 아니라 전 버전이다'라고 다시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안이 공표된 후 2시간 사이 인사가 뒤집힌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물리적으로 그럴 시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7시14분께 유재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장을 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으로 내정하는 등 치안감 28명에 대한 보직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 여만인 오후 9시16분께 국수본 수사국장이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으로 바뀌는 등 수정된 명단을 발표했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오후 6시15분께 행안부 치안정책관실로부터 최초 인사안을 넘겨받아 1시간 뒤 공표했다. 그런데 오후 8시40분께 '발표된 인사안이 최종안과 다르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면서 치안정책관은 최종안 사진파일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보내왔다고 한다. 이후 내부 확인과 경찰청장 보고 절차를 거친 뒤 9시34분께 인사안을 재차 공표했다.

결국 먼저 발표한 인사안은 처음부터 최종안이 아니었고, 인사권자인 대통령 결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내·외부에 발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확정되지 않은 인사안이 발표된 이유에 대해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기존에 협의 중이던 안을 최종안으로 착각해 보냈고, 이후 확인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안정책관은 경찰에서 파견된 현직 경무관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잘못된 인사안이 최종안으로 전달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확인이 미흡했다. 대통령실·행안부·경찰청 삼자 간 크로스체크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행안부는 경찰의 실수로 이 같은 혼란이 벌어졌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오후 10시께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경찰청이 먼저 인사안을 공표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경찰이 성급하게 치안감 인사를 공표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행안부 치안정책관실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안은 중간 검토단계의 인사자료가 외부에 미리 공지돼 발생한 혼선"이라며 "인사권자의 결재 전 경찰청 내부망과 기자실에 공지된 자료에 오류가 있음이 발견돼 경찰청에서 이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행안부가 최종 결재안을 정정하거나 반복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도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통상적 업무 처리 절차에 따라 인사안을 발표한 것이라고 다시 해명했다. 대통령실 등과 조율은 사전에 이뤄지는 만큼, 형식이 최종 결재 전이라도 내정 발표를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수정된 인사안 역시 대통령 결제 전에 발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결재가 나고 나서 (발표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이은 해명에도 인사 번복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행안부장관에 경찰에 대한 지휘·인사·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한 당일 벌어진 일이라 더 논란이 됐다.



경찰이 권고안에 정면 반발하자 인사안을 뒤집는 방식으로 '불만을 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장관이 21일 해외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하루 뒤인 22일자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일부 대상자들은 인사 발표 12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새 근무지로 향해야 했다.

경찰청 주무 부서조차도 당일 오후 4시께야 행안부로부터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행안부가 벌써부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장관이 제청하도록 법에 규정된 절차가 무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앞서 대통령실은 "인사안을 통해 경찰을 길들이기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 역시 청장의 추천권이 행사됐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장이) 추천할 수 있는 범위와 내용 등 충분히 의견이 개진됐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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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