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찬양'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어부 52년만에 무죄

남정길(72)씨 "50년 넘도록 맺힌 한 풀려"

"김일성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선원이 재심을 통해 5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23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정길(72)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경성호 선원이던 남씨는 1970년 4월 중순께 전남 신안군 흑산도 해상에서 조업하던 중 다른 선원에게 "김일성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위대한 항일 투쟁사가 쓰여 있다"며 "사진을 보니 똑똑하게 생긴 위대한 인물이더라"는 등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남씨에게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남씨의 진술이 경찰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자백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 이미 군산경찰서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가혹행위, 협박, 회유 등이 있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경찰 진술뿐만 아니라 검찰에서의 진술까지도 임의성에 의심이 드는 등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도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증인들도 '매가 무서워 그렇게 이야기했다. 경찰이 억압해 그렇게 진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해 증거능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고 추가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남씨는 "반공법 위반으로 감옥에 다녀와 창피해서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다"며 "50년 넘도록 맺혀 있던 한이 싹 풀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남씨는 1968년 5월 24일 동료들과 함께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고기를 잡다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북한에 5개월간 억류됐다가 돌아왔다.

이어 같은 해 10월 말 인천항을 통해 돌아온 남씨와 동료들은 월선을 이유로 경찰에 연행돼 불법 구금된 채 구타와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

재판에 넘겨진 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고, 1969년 7월 형이 확정됐다.

남씨는 2018년 이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신청, 2020년 1월 재심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