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포·구금 당한 '납북 귀환' 어부들…2심 "국가, 배상해야"

조업 중 납북돼 3달만에 귀환
수사기관 불법구금…유죄확정
1심 "증거 부족" 원고패 판결
2심 "불법구금 있었다" 원고승

조업 중 납북됐다 귀환한 후 수사기관에 불법체포·구금을 당한 어부들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광만)는 납북 어부 A씨의 유족 등 21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16일 1심과 달리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A씨 등 납북귀환 어부 5명은 1967년 5월 말께 연평도 해역에서 어선을 타고 조기잡이를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고, 같은 해 9월 귀환했다. 이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1969년 1월 검찰이 A씨 일행에 대해 재조사를 벌인 뒤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 같은 해 8월 유죄가 확정됐다.

유족들은 A씨 등이 11일간 영장 없이 불법구금됐고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하게 된 것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확정된 판결에 대해 재심도 청구했으나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무고하게 처벌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손해배상 소송 1심 재판부는 불기소 처분 후 다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가 위법하게 구속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청구가 기각된 것을 들어 원고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원고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이 A씨 등을 검거하면서 이들을 구속수사하겠다고 상부에 보고한 사실, 검거일부터 매일 피의자 신문을 받고 구속영장은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시점에 발부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실질적으로 영장 없이 체포·구금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시효 3년 또는 5년이 지나 이미 소멸됐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서 정하는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해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원고 측에 900만~2500만원을 각각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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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