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국기문란" 호된 질책…곤혹스런 경찰 지휘부

행안부 '경찰 통제' 논란서 '인사 번복'으로 점화
경찰 내 집단 반발 계속 이어져…극도 혼란상
김창룡, 경찰 책임론에 "따로 드릴 말 없다" 침묵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고위직 인사 번복 논란을 두고 '국기문란'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질타한 것을 두고 지휘부를 비롯한 경찰 내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 통제·지휘 권고안을 놓고 나온 '경찰 길들이기' 논란이 인사 번복 사태를 거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놓고 경찰 지휘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사 번복 사태의 원인이 경찰에 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결부지어 '용퇴론'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선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직에 의해서 경찰청장이 해야 할 역할과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경찰청이 지난 21일 오후 7시14분께 치안감 28명에 대한 보직인사를 단행한 지 2시간 뒤 일부 명단이 바뀐 명단을 재차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이 같은 일이 행안부장관에 경찰에 대한 지휘·인사·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자문위의 권고안 발표 당일 벌어져 더 논란이 커졌다. 경찰이 권고안에 정면 반발하자 인사안을 뒤집는 방식으로 '불만을 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행안부 실무자의 실수로 최종안이 아닌 기존 검토되던 안 중 하나가 통보됐고 발표까지 이뤄진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대통령 결재 전 인사안을 공표해버렸기 때문에 이 사태가 벌어졌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공지를 해버린 것"이라며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행안부 입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대통령의 수위 높은 발언을 놓고 경찰 내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국' 등 행안부의 통제 방안을 두고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더 부담스러운 이슈가 생겨 지휘부로선 대응이 어렵게 됐다"며 "대통령이 저런 표현까지 쓴 이상 경찰은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선 사실상 새정부 첫 경찰청장 내정을 앞두고 전 정권 인사인 김 청장이 '책임을 지라'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 달 23일까지로 한 달 남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 인선 절차 등이 있어 통상 이 시기에는 새 청장 내정이 이뤄져왔다. 현재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은 임기가 정해진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승진한 이들이다. 누가 내정되든 경찰 내부를 다독이면서 현재 상황을 풀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경찰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정치권으로도 번진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김 청장과 1시간 가량 면담했다. 야당은 인사 번복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판단해 대책위원회 또는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이번 논란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자문위의 경찰 통제 권고안을 놓고 경찰 조직의 집단적 반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이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수사가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기획되는 등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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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