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초등생 가족 가상화폐 투자 손실…생활고 추정

3개월간 가상 화폐 투자했다가 2000여만 원 손실 추정
2년 전부터 억대 빚, 생업 중단…투자 회수 시점과 겹쳐
극단 선택한 정황…차량 해상 추락 경위·사인 규명 집중

전남 완도에서 한 달 넘게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생 조모(10)양 일가족의 아버지 조모(36)씨가 가상 화폐에 투자해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가족이 2년 전부터 억대 빚을 졌고, 일정한 수입이 없을 무렵 손실이 난 가상 화폐 투자를 급히 회수한 점 등으로 미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정밀 부검·차량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사망 경위·배경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

1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양의 아버지 조모(36)씨와 어머니 이모(35)씨가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가상 화폐 10여 종에 1억 3000여만 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잦은 입·출금 내역이 있었으나 지난해 6월 1억 1000여만 원을 인출·회수해 손실액은 2000만 원 가량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앞서 경찰은 조씨 부부가 지난 5월 초부터 실종 직전까지 '루나 코인', '루나 코인 시세', '루나 극단적 선택' 등을 인터넷에 검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루나 코인 투자 여부도 들여다봤으나, 거래 내역 제공을 요청한 국내 거래소 5곳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또 부부가 지난 2020년부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시작해 진 빚이 1억 5000여 만 원에 이른다고 봤다. 신용카드 대출로 빌린 돈과 가상 화폐 투자 회수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다.

다만 조씨가 컴퓨터 부품 관련 사업을 청산하고, 이씨 역시 직업을 그만 둔 시점이 가상화폐 투자금을 인출한 지난해 6월로 겹친다.

경찰은 억대 채무와 생업 중단 전후 가상 화폐 투자금 손실 등이 맞물려 조양 가족이 생활고를 겪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 실종 전후 일가족의 자택 앞에 독촉장과 미납 고지서 등이 쌓여있었던 점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이에 경찰은 일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인터넷 검색 기록도 다수 확인됐다.

또 어머니 이씨가 올해 4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병원에서 불면증 치료 목적으로 수면제를 처방 받은 점, 유류품에서도 수면제로 추정되는 의약품이 발견된 점도 극단적 선택 정황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찰은 이제 일가족이 바다에 빠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위와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경찰은 인양한 차량에서 수거한 휴대전화 2대와 차량 블랙박스 저장장치(SD 메모리 카드)에 대한 디지털 정보 포렌식(법의학 분석)을 의뢰했다.

또 일가족에 대한 정밀 부검과 차량 감정 결과 등까지 두루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광주 모 초등학교 5학년생인 조양과 부모는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15일까지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그러나 제주가 아닌 완도에서 1주간 머물렀다.

이후 지난 5월 30일 밤 일가족이 조씨의 아우디 차량을 타고 황급히 펜션을 빠져나갔고, 이튿날인 31일 새벽 완도군 신지면 일대에서 일가족 휴대전화 전원이 차례로 꺼졌다.

조양이 체험학습 기간이 끝나도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은 지난달 22일에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뒤늦게 수색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29일 완도 신지면 송곡항 인근 앞바다 펄에 묻혀 있던 아우디 차량을 인양, 내부에 숨져 있는 조양 일가족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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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완도 / 김일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