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청사진 드러난 용산…잠잠한 집값, 잠룡서 비룡될까

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발표
'용산시대' 기대감은 있지만…덤덤한 분위기
중장기적으로 서서히 개발호재 반영될 듯
"강북 업무·상업지구 1번지 광화문→용산"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일대에 대한 개발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인근 아파트값이 요동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예정된 호재라 이미 일정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현재 집값이 하향안정화되는 추세라 개발호재가 급작스럽게 반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26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했다. 용산정비창 일대 약 50만㎡를 초고층 마천루와 녹지가 함께하는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최초로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지정, 법적 상한 용적률인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보다도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된다.

녹지생태공간을 곳곳에 조성해 지상부의 절반 이상은 녹지로 확보하고, 차량은 지하로 달릴 수 있는 지하교통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시장은 이 같은 계획이 대선 이후 대통령실 이전 호재에 힘입어 상승을 거듭했다가 잠잠해진 용산 부동산 가격을 다시 상승하게 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산구 아파트값은 올 들어 0.35% 올랐다. 서초구(0.68%)에 이은 두 번째로, 강남구(0.30%)가 3위, 동작구(0.02%)가 4위다. 서울 25개구 중 가격 변동률이 플러스를 나타내는 곳은 4곳 뿐이다.

비교적 선방한 용산 집값은 3월 마지막 주(0.01%) 오르기 시작해 보합 및 상승하다 7월 둘째 주(-0.01%)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셋째 주에는 -0.02%로 전주보다 하락폭을 벌린 상태다.

해당 지역에서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다. 이미 예정된 호재로 여겨져서다. 2006년 처음 개발 계획이 수립됐지만 사업이 좌초되고 부지가 사실상 방치되면서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2018년 용산정비창 부지와 여의도를 묶어 개발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집값 자극을 이유로 무기한 보류되기도 했다.


한강로2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투자 문의 전화가 오긴 했는데 이미 집값에 반영된 측면이 있고,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라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용산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금액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워낙 오래전부터 개발계획 얘기가 나왔기에 아직까지는 덤덤한 분위기"라며 "오늘 서울시 발표가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면 투자자들로부터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의 개발호재는 지역가치로 연결된다"며 "계획이 단기에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기에 가치 반영도 시간이 지나며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교육 시설이 미비해 주거지로서 강남을 뛰어넘기는 어렵지만 강북 업무·상업지구 1번지가 광화문이었다면, 개발 완료 후 용산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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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