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총선 조작 주장' 첫 판단…"입증 안돼" 기각

민경욱 "21대 총선 조작됐다"며 무효소송
인천 연수을 출마해 2893표 차이로 낙선
대법 "조작·부정 있었다 구체적 증명 안돼"
"개표기 해킹, 누가 주도했는지 입증 못해"
"사전투표지 QR코드 인쇄, 위법하지 않아"
경남 양산을서 낙선한 나동연 청구도 기각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조작됐다며 낸 선거무효 소송을 냈지만, 조작이나 부정투표는 없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민 전 의원 측은 개표기가 외부 세력에 의해 해킹됐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돈과 조직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누가 주도했는지 입증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전투표지에 개인정보가 담긴 QR코드가 인쇄되는 건 위법 사항이 아니며, 위조된 투표용지는 없었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오후 민 전 의원이 인천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선거무효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민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으나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패배해 낙선했다. 당시 민 전 의원은 4만9913표를 얻었고, 정 의원은 5만2806표를 얻어 2893표 차이로 따돌렸다.

민 전 의원은 개표 초반 자신이 정 의원보다 앞섰지만 사전투표 결과가 합산돼 패배하게 됐다며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자신의 지역구뿐 아니라 21대 총선 전체적으로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선거무효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되는데, 재판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변론기일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QR코드 관련 기계장치와 프로그램 등을 현장검증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6월 민 전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인천 연수을에서 재검표도 진행했다. 그 결과 정 의원은 128표가 줄은 반면, 민 전 의원은 151표가 늘어 표 차이가 2893표에서 2614표로 감소했을 뿐 결과가 바뀌진 않았다.

또 재판부는 전체 투표지 12만여장에 대한 이미지 파일을 생성한 뒤 후보별 득표 수를 다시 확인했다. 사전투표지 4만5600여장에 대한 이미지도 생성해 QR코드를 분석하고, 총선 당시의 QR코드 분석 결과와도 대조했다.

민 전 의원 측이 위조됐다고 주장한 투표지 중 122매를 선별해, 그가 추천한 전문가 중 1명을 감정인으로 선정해 투표지의 인쇄상태 등을 감정했다. 인천 연수을 관내 사전투표소와 당일투표소에 있었던 투표관리관에 대한 증인신문도 2차례 실시했다.


그 결과 대법원은 민 전 의원 측이 21대 총선에서 조작과 부정이 있었다고 한 주장이 증명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선거는 명부의 작성부터 개표까지 모든 과정이 외부에 공개되는 만큼, 선거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무엇이 규정에 어긋나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민 전 의원의 경우 이 사건 선거가 왜 무효인지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민 전 의원 측은 개표기 등에 대한 해킹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이는 대규모 조직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것인데 누가 그것을 주도했는지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를 인쇄하거나 일련번호를 QR코드로 표시한 게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실제 검증 과정에서 선관위가 부여한 정상적인 범위에 있는 일련번호 외에 투표인의 개인정보는 없었으므로 투표의 비밀이 침해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비록 21대 총선 당시 옛 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당일 득표율보다 낮았고 민주당 후보자는 그 반대였지만, 지지성향이나 당시의 정치적 판세에 따라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도 언급됐다. 최근 실시된 재보궐 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목격된다고 했다.

민 전 의원 측이 위조됐다고 주장한 투표지는 접힌 흔적이 없는 게 있지만 이를 위조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실제 투표지를 접지 않은 채 투표함 투입이 가능해 보이는 점, 관외사전투표는 후보자가 4명에 불과해 접지 않아도 됐던 점, 개표 완료 후에는 100매 단위로 묶여 접힌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 점, 투표관리관이 교부하고 정당한 선거인이 적법절차에 의해 투표를 했다면 유효로 처리하는 게 대법원 판례에 부합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사전투표용지 하단에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일부 출력된 이른바 '배춧잎 투표지'에 관해선 출력 직후 함께 교부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표용지가 발급기 안쪽으로 들어가 겹쳐 출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송도2동의 6투표소에서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뭉개진 소위 '일장기 투표지'에 대해선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관인이 쉽게 확인됐다고 했다.

투표지 분류기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적법하게 사용됐으며, 외부 통신에 의해 제어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개표 과정에서 옛 통합당 측 참관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증거보전 이전 투표지가 교체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도 이날 나동연 양산시장이 경남 양산시 선관위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선거 무효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나 시장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4만2695표를 득표해 4만4218표를 얻은 김두관 민주당 의원에게 1523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위조됐다고 주장한 투표지 중 19매를 선별해 감정한 결과 문제될 게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편 대법원이 21대 총선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취지로 제기된 소송에 관해 판단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들을 비롯해 21대 총선의 효력을 두고 다투는 소송은 140건이 접수됐으며, 대부분이 민 전 의원 측과 같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