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보이니 사는 맛 나고 천하에 부러울게 없소"

여든 앞둔 해남 최성임씨,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입상
한글 배운지 4년 반만에 배우는 즐거움 그린 '재미진 봄' 출품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때가 제일 속상했다. 이제는 글을 알아가면서 사는 맛도 나고 부러울 것이 없어요."



여든을 앞둔 어르신이 뒤늦게 학교를 다니며 배운 한글로 전국 규모의 시화전에 당당히 입상해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3일 해남군에 따르면 꿈보배학교 최성임(79.여)씨가 늦깎이 학생으로 공부를 시작한지 4년 반만에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22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글봄상(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은 문해교육으로 달라진 세상을 표현한 '문해, 지금 나는 봄이다'란 주제로 전국에서 총 1만 4206명(시화부문 9334명, 엽서쓰기 부문 4926명)이 참여해 시화 부문은 105명, 엽서쓰기 부분은 49명이 선정됐다.

최 씨는 '재미진 봄'이란 제목으로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 글자를 읽게 되면서 인생의 재미를 알아가는 기쁨을 표현한 작품이다.

"봄이와도 오는지 모르고 살았는디/ 선생님한테 봄을 배운 후로는/ 봄이 봄인지 알아소// 땅끝가는 금강길42 우리 집 주소/ 서울, 인천, 광주, 순천 가는 버스/ 온갖 글자들이 내 눈에 들어오요// 암만 봐도 모르고 살았는디/ 글자가 보이니 사는 맛이 나고/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소// 목빼어 공부할 시간만 기다리다/ 꽃도 그리고 일기 쓰는 꿈도 꾸는/ 올 봄은 참으로 재미지요 <재미진 봄, 최성임>




최 씨가 사는 곳은 땅끝마을 송지면이다. 한글을 익히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쉽게 공부에 도전하지 못했다.

칠십이 넘어서야 해남군 꿈보배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한글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고령인 어르신의 공부를 지도하기 위해 문해교육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 씨는 "난생처음 상을 받아보았는데 항상 공부하고 싶었던 절실한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몇 년 동안 글을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꿈보배 학교에 감사드린다"고 눈물의 소감을 전했다.

‘꿈을 보며 배우는 학교’라는 뜻의 꿈보배 학교는 해남군에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육이다.

지난 2018년 3개소 30명으로 시작해 올해는 117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해남읍의 평생학습관을 비롯해 관내 12개 읍면에서 47개 교실까지 확대됐다.

특히 평생학습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읍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학습자나 면 지역 거주자를 위한 찾아가는 교육도 실시해 교통이 여의치 않은 군민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평생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꿈보배학교는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선정된 작품은 오는 9월 1일부터 국가문해교육센터 홈페이지 '온라인 시화전' 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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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영암 / 황금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