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전일제'도 논란…교원단체 "철회", 전담사 "신중접근"

전교조 "아이위한 정책 아냐…현장요건 고려해야"
2018년 초3·4 71% "학교에 오래있으면 피곤해"
교총 "돌봄·방과후 교사 업무 부담 불 보듯 뻔해"
교육공무직 "취지엔 동의…당사자들과 협의해야"




국가교육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가 '만5세 초등입학'에 이어 내놓은 '초등전일제 학교'에 대해서도 교원단체 반발이 표면화되고 있다.

돌봄 전담사들을 포함한 교육공무직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강조하며 신중한 추진을 요청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1일 각각 성명·논평을 내고 초등전일제 학교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초등전일제 학교는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고 방과후학교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국가의 돌봄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내년까지 초등 돌봄교실을 오후 8시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초등전일제 학교를 내년부터 운영해 오는 2025년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원단체는 학교 공간을 돌봄 확대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학교와 교사에게 여전히 돌봄과 방과후학교 업무를 짐 지우는 방식의 초등 전일제학교 운영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교육청이나 별도 공공기관을 전담기관으로 둔다 해도 학교와 교사는 운영 주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교사는) 책임과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초등돌봄이 확대될 경우 이를 수행하는 돌봄 전담사들과 일선 교사들 간 갈등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대변인은 "지금도 돌봄 전담사와 (교사 간) 업무·책임 면에서 갈등이 있다"며 "여기에 교사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행정인력을 배치한다면 또 다른 교육공무직과의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초등 전일제학교에 대해 "아동의 행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아동학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가 지난 2018년 초3~4학년 51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 71.2%가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 등 이유로 지금은 폐기된 '초등 3시 하교' 정책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교조는 이어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32.3%가 "학교 내 돌봄서비스 내용 및 질 개선"을 가장 필요한 개선 사항으로 꼽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해결의 구체적인 상은 제시하지 못한 채 '초등전일제 학교 확대'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오후 8시까지 학교에 가둬두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또 돌봄 수요가 높은 과밀학급, 과대학교의 경우 교실 부족으로 현재 일반 교실과 돌봄교실이 겸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전교조는 "이들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축·증축 등이 아니라면 특별실을 돌봄교실로 변경하거나 돌봄 겸용교실을 늘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결국 정규 교육과정을 침해하고 방과후 활동 및 돌봄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어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총과 전교조는 모두 돌봄 서비스를 학교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 대변인은 "초등 전일제학교가 아닌 방과후센터로 명명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는 공간을 지원하는 정도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장기적으로 국가책임 하에 예산을 확충하고 돌봄교실을 지자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며 "학생이 무엇을 배울지, 학교와 교사의 부담 해소 방안은 있는지 등에 대해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께 논평을 낸 전국교육공무직본부(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복지 강화라는 입장에선 긍정적 방향이지만, 밤 8시 돌봄교실 운영 등 일부 정책 각론에는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원단체와 달리 학교의 역할이 교육뿐만 아니라 돌봄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봤다.

그러나 초등전일제 학교가 시행될 경우 직접 영향을 받을 교육주체들과 사전 협의가 없다는 점은 문제삼았다.

교육공무직본부는 "당사자인 돌봄전담사와 대화 해보자는 손짓 한 번이 없고, 정책 소통에서 또 다시 배제시키고 말았다"며 "실체가 불분명한 행정 전담인력을 배치한다는 정도로 만사형통이란 식이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세부실행 방안은 관계 당사자들과 면밀한 협의를 통해 수립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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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