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장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대우조선은 빠른 매각 추진"

강석훈 회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부울경 지역, 새로운 4차산업 전초기지로 탈바꿈해야"
"산은, 수도권과 부·울·경 두 축으로 성장시키는 역할 부여"
"대우조선, 매수자 있으면 빠르게 매각"
"아시아나-대한항공 기업결합 심사, 올해 안에 결론"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국정과제'로 선정된 만큼, 이를 잘 수행하는 것이 산은 회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과 토론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결정한 사안이므로 직원들이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 구조조정 사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는 미국 당국의 승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잘 수행해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강 회장은 "취임한 지 100일이 됐는데 산은 전 직원을 책임지는 회장으로서 직원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게 한 점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다"면서도 "부산 이전은 올 1월 대선에서 공약으로 나왔고, 이후 후보자들의 발언을 거쳐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개인적으로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 국정과제를 잘 수행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에 와서 많은 직원들을 만나고 (대화를)시도한 결과, 직원들은 아직도 왜 부산에 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그런 의구심이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와 갑자기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현실적 문제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국정과제로 선정됐는데 직원들과 '간다, 안간다'를 토론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정부가 결정한 사안인데 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부산 이전 작업을 위해 '한국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를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법 개정 이전에라도 부·울·경 지역에 영업 자산이나 영업 기반을 확대하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100일이 됐는데 왜 부산에 가야 하는 지에 대해 상당수 직원들은 아직 이해를 못한 것 같다"며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불충분했다라는 반성도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산은 본점을 서울시에 둬야 한다는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법이 개정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많은 직원들과 깊은 토론할 것이고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강 회장은 "지난 고도 성장 시기 부·울·경 지역의 제조업 중심 기지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첨병이었다"며 "부·울·경을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도래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울경 지역이 뒤쳐지는 형태가 돼 부·울·경 지역도 새로운 4차산업 혁명 전초기지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이전에 따른 인력유출 문제 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회장은 "인력 유출은 굉장히 안타깝고, 전 과정에서 가장 신경써서 해야 하는 일이 인력유출 막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재 판단으로는 수치로는 여러 명(유출이)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우리 경쟁력을 잠식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향후에 산은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면, 인력 이탈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직원들의 주거 문제 등을 어떻게 할 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부·울·경 영업조직 확대는 해양산업 부문을 확대하고, 영업점에 본부를 더 키우고, 영업점을 배분해서 그쪽 지역의 산업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능한 빨리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현재 9월인데 열심히 노력하면 그런 조직이 가시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공공기관 장으로서 산은 본점이 서울에 있다는 법 조항이 있기 때문에 저촉되지 않은 면에서 영업 조직을 확대하겠다"며 "500명 이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이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것, 왜 우리가 가야하는지, 왜 우리만 가야하는 건지 등 의문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부총리가 확약한 사안으로, 아무리 회장이라도 국가 책임자가 정한 것들을 뒤집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명 한명 다 만날 것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다가가고, 더 좋은 대안이 뭐가 있는지 밤잠을 못 이루며 생각하고 있다"며 "이 대안 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서적인 면과 논리적인 면을 다 보듬으면서 서로 이해폭을 조금씩 좁혀가는 시간을 만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R&D 필요...아시아나 합병, 미국 판단 중요"

강 회장은 "대우조선의 컨설팅 보고서는 어느 정도 얼개가 나왔다"며 "대우조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와 경영효율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아래에서는 이런 경쟁력 제고방안을 실현하기 어렵다"며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빠른 매각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분할 매각은 안 되고 통매각은 된다는 식의 조건을 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법이 아니다"라며 "방산 부분을 떼고 나머지를 해외에 매각한다는 방안도 에너지 기술이 국가기술이라는 점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매수자가 있으면 여러 조건을 보고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 대우조선은 배를 많이 수출했고 선수금도 들어왔기 때문에 현금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기업결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5개 국가에서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미국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 올해 안에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판결도 미국에 준하는 정도로 나올 것"이라며 "기업결합이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HMM은 정상기업인 만큼 매각 대상이 맞다"면서도 "전체 산업을 그리면서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KDB생명도 매각 대상"이라며 "현재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매각 여건이 좋다. 준비 과정을 거쳐 매각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향후 5년간 반도체 산업에 3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첨단전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단순한 대출 확대를 넘어 산은이 가진 IB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1호 프로젝트로 반도체 산업에 팹리스·파운드리 10조, 소부장 육성 10조, 메모리 반도체 1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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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