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예년 수준 인파" 이상민 장관 해명…논란 지속

"경찰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 아니었다"
시민사회·정치권 "피해자 책임 전가 위험"
여당서도 질타 목소리 "언행 조심했어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을 미리 배치했다고 해도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전날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경찰·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서울 곳곳에서 시위가 열려 경찰 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당일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진보 진영의 집회에 경찰 병력이 투입돼 이태원 일대에는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경찰이 참사 당일 투입했다고 밝힌 인원은 137명으로 수사 50명, 교통 26명, 지역경찰 32명 등이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이태원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경찰·소방의 적절한 배치가 이뤄진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서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핼러윈을 맞아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 지하철역 집계가 경찰의 예상 인원보다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장관의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는 판단과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사 주체가 없었던 만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했던 상황인데, 책임 회피성 발언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통해 "이 장관의 단정적인 발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 참사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이 장관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여당 등 정치권에서도 이 장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10만명 모인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대책(을 마련하고), 안전을 위해 통행을 제한하거나 현장에서 사람이 밀집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소홀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너무도 슬프고 참담한 심정인데 해당 장관의 발언 한마디가 이런 논란을 빚게 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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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