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는 꼭 꿈 펼치길…" 전북 합동분향소 조문행렬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참사가 없기를 바랍니다."

31일 전북도청 공연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치훈(62)씨는 이렇게 말했다.



꽃다운 나이에 하늘로 간 젊은이들의 먼 여행길을 위로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는 조씨는 분향소 앞에서 한동안 묵념을 하고 헌화를 한 뒤 짧은 목례를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에서 청춘들이 억눌렸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이태원에 갔을텐데 대참사가 일어나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있어서는 안 될, 믿기지도 않는 사고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 전북도청 공연장 1층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업무 중 잠깐 시간을 내 추모를 하러 온 도청 공무원들을 비롯해 직장인, 대학생 등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께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 이모(25·여)씨는 "사망자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20대라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이태원에서는 핼러윈 날마다 많은 인파가 몰렸던 만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생각한다"고 경찰·소방의 사전 대처를 지적했다.

친구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정민영(20대)씨도 "사망자들이 꿈 많고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나이인데 너무 허망하게 가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사망자들이 하늘에서라도 자신의 꿈을 펼치길 바란다.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지만, 하루 빨리 마음을 추스르길 바란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20~30대 자녀들을 둔 50~60대 추모객들은 "기성세대들이 잘못한 부분이 많다"며 자성하기도 했다.

전주 평화동에 위치한 어린이집 원장 천종운(50대)씨는 "20대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수많은 청춘들의 죽음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분향소를 찾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번 참사에 대해 정부 탓을 하는데 젊은이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다고 본다. 정말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는 지난 29일 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154명(남성 56명, 여성 98명), 부상자는 14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전북도민이거나 가족이 전북에 있는 사망자는 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대검찰청에 사고 대책본부와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오는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 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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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