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방해' 朴정부 9명 전원 무죄…1심 "범죄증명 없어"

공무원 파견 중단 등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혐의
직권남용 등 공소사실 제기됐지만 재판부 모두 배척
현정택·현기환·안종범 등 주요 피고인 모두 무죄 받아
法 "직권남용, 범죄증명 없어"…유족 "끝까지 싸울 것"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 조사 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병기(75)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이중민)는 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 등 9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02.01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피고인들에 대해 범죄 증명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며 무죄 판결을 공시했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11월 세월호 특조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 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로 2020년 5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으로부터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대통령 행적 조사를 막으려 총리 재가를 앞둔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게 하고, 추가 파견이 필요한 공무원 12명 전원을 미파견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봤다.

이 전 실장 등은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 논의를 중단하고 공무원 복귀 및 예산을 집행하지 않아 활동을 종료시키는 등 특조위 조사권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현정택(74)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현기환(63) 전 정무수석, 안종범(63) 전 경제수석에게는 각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또 함께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에는 징역 2년을, 정진철 전 인사수석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에는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변론을 분리한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의 경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특조위 진상규명 국장 임용 절차 중단과 관련해 이 전 실장 측의 관여를 인정하기 어렵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이 전 실장이 직권남용 사실 자체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용된 직권 보유자로 적시된 이병기, 정진철, 이근면 등이 공모해 임용절차 중단에 관여했음을 인정할 수 없어 나머지 피고인에 대한 범죄 증명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조위원장이 보유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 등 업무 권한은 개념 자체도 추상적이고 여러 권한의 총체에 불과하다"며 "이를 권리행사 방해 대상인 구체화된 권리로 볼 수 없다"며 직권남용죄 성립 자체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 관련 국장 임명 보류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명히 조사되지 않은 채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공무원 파견을 막고, 파견 공무원 복귀 및 관련 예산을 미집행했다는 혐의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근면이 직권을 남용해 파견 협의 요청에 회신하지 않아 파견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회신하지 않았다는 자체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마찬가지로 범죄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들이 특조위 활동 강제종료와 특조위 부위원장 직권면직 등 검토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모두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배척했다.

이날 판결과 관련해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국가가 참사를 축소하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 범죄를 저질러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지만, 재판부 결정은 유가족과 국민 염원을 비상식적 법논리로 부정하고 기만한 것"이라며 "범죄자들이 상식적인 처벌을 받는 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고 직후 이 전 실장 측은 취재진에게 "아직 2심이 남아있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빌고 유가족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실장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특조위 활동 방해를 계획한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2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편 이 전 실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 받았고 지난해 5월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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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