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경비원'이지만 채탄 작업…法, 폐암 업무관련성 '인정'

업무상 재해 인정되지 않자 행정소송
法 "6년간 채탄 작업…인과관계 있어"

수십 년 간 탄광 내 경비원으로 근무했더라도 그 중 수년간 갱내에서 채탄작업을 수행했다면 폐암과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지난해 12월22일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62년부터 약 28년간 탄광에서 일하다 2016년 1월 폐암을 진단 받고 투병하던 중 숨졌다. A씨는 B광업소에서 약 11년 5개월간 경비원 업무를, C탄광에서 약 15년 1개월간 경비원과 채탄부 업무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6년 10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근무 대부분의 기간은 분진 노출과 무관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며 폐암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 후 유족은 2021년 5월 재차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 당하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최대 6년 간 갱내에서 채탄작업을 수행했다고 판단하며 A씨가 수행한 분진작업과 사망 원인 폐암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했다.

재판부는 "탄광 갱도와 다소 거리가 있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까지도 다른 곳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자료가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망인(A씨)이 탄광 주변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망인은 최대 6년 간 갱내에서 채탄작업을 수행했고, 여기에 더해 최소 20년 간 갱외 주변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며 "폐암의 업무 관련성을 쉽게 부정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탄광 근무 종료한 후 오랜 기간 동안 분진 흡입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곧바로 폐암에 이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평균 26.6년에 달하는 잠복기를 갖는 폐암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망인 업무와 폐암 사이의 관계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망인의 흡연 이력은 탄광 근무 기간에 버금갈 정도로 길어 망인의 업무가 폐암을 일으킨 유일한 원인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최소한 망인의 업무가 흡연과 함께 폐암을 유발하거나 그 악화 속도를 촉진한 하나의 요인이 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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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