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이화영, 중국 출장 공항부터 호텔까지 줄곧 동행"

이화영 뇌물 등 혐의 18차공판서 쌍방울 직원 증언
북측과 식사 자리서 "형(이화영) 때문에 큰돈 쓴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위해 2019년 1월 중국 출장을 갔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하루 종일 동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관계자들과 이 전 부지사 등이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형(이 전 부지사) 때문에 큰돈을 쓴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동안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출장에 나섰던 경기도 전·현직 관계자들은 당시 쌍방울 측과의 만남에 대해 '쌍방울인지 몰랐다', '스치듯 만난 것'이라는 취지로 유착 의혹을 부인해왔다.


▲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2.09.27.


7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8차 공판에는 쌍방울 그룹 임원의 중국 출장을 수행한 직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날 2019년 1월17일 김 전 회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일을 묻는 검찰 질문에 "공항에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를 모시고 온 뒤 저녁 술자리가 끝나기까지 호텔 체크인을 하러 간 15~20분 외에는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장에서 (경기도 관계자와) 명함을 교환하기도 했다"며 "쌍방울이 북한과 합의서를 체결할 당시에도 이 전 부지사와 경기도 관계자들이 모두 보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17일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등 경기도 관계자 2명과 함께 중국 선양에서 조선아태위와 만난 바 있다.

같은 날 쌍방울 역시 중국 선양에서 조선아태위와 남북협력사업 합의서를 체결했는데, 당시 쌍방울은 북한 측에 "도와 쌍방울이 컨소시엄을 꾸려 대북사업을 하기로 했으며, 자금조달은 컨소시엄 50%, 자체 조달 30%, 경기도 남북협력기금 20% 등으로 마련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이 북한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과 같은 회의실에서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는 점 등을 토대로 경기도와 쌍방울이 같이 대북사업을 진행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와 경기도 관계자들은 "도와 쌍방울의 대북 사업은 별개로, 일정상 우연히 마주친 것"이라는 취지로 유착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들은 협의 이후 북한과 쌍방울 관계자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 역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식사하자고 해서 갔더니 다른 분(쌍방울)이 있었다"며 당시 자리에 함께한 인물이 김 전 회장임을 몰랐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쌍방울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와 도 관계자들은 김 전 회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 선양에 도착한 뒤 김 전 회장과 일정 대부분을 같이 소화한 셈이다.

A씨는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이 조선아태위 관계자와 경기도 등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이 건배 제의를 하며 '형님(이 전 부지사) 때문에 큰돈을 쓴다. 형님 없었으면 절대 이런 돈 안 쓴다'고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불을 쌍방울이 대신 대납하기로 약속했다고도 보고 있다.

아울러 A씨는 같은 해 5월에도 쌍방울 관계자들이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식사한 뒤 비용을 계산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당시 회의장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과의 증언을 토대로 A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변호인은 "북한과 쌍방울 회의 뒤에 경기도 회의가 있어서 경기도 관계자들은 모두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안 회장이 들어오라고 해서 이 전 부지사와 경기도 관계자 1명만 들어가서 인사말 한 게 전부라고 한다"며 "회의에서 인사말 한 것을 협약식과 착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쌍방울이 1월 아태위와는 대략적인 합의를 했고 5월에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를 만나 구체적인 회의를 한 날인데 만약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면 더 중요한 5월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의 끝나고 바로 협약식이 진행됐으며, 회의한다길래 자리를 따로 내어드리고 나왔다"며 "(5월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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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