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지자체·전북기자협회·전북애향본부·시민사회단체 비판성명 잇따라
라디오에서 현직 기자가 전북 전주를 '소·돼지 냄새가 난다'는 내용의 지역비하 발언을 한 것과 관련, KBS가 사과했지만 전북도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을 넘어 전북 지자체·전북기자협회·전북애향본부와 시민사회단체까지 KBS 소속 기자의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전주시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드는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논란과 한 공영방송 기자의 부적절한 발언 등 일련의 사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표로 함께 노력해온 모든 지방정부에 대한 모욕이자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전주시는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고 전주를 대한민국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전북도, 지역 정치권, 시민들과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전북애향본부는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 이전설 및 공영방송에서의 전북비하 발언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분노하고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전설의 진원지인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공영방송의 해당 기자는 사과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만무하고, 특정지역 비하발언이 사과한다고 해서 세척될 리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북기자협회도 성명을 통해 "발언의 전후 맥락이나 취지를 차치하고, 공영방송 기자가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개인 술자리 농담으로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셈이 됐다"며 "국토 균형발전에서 소외된 전주시민, 더 나아가 전북도민들의 절망감이 수십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과 신뢰를 기치로 내건 공영방송에서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전북도민에)입혔다"고 개탄했다.
지난 9일 전북도는 "지난 7일 KBS A기자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주를 폄훼한 발언에 대해 매우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며 "전북도는 순직하신 소방관의 전북도청장을 치르는 중이라 해당 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했으나 이 사안은 전북도민을 모욕하는 사태인 바, 엄중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재이전설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에서 친구의 말을 빌려 지역을 조롱한 해당 기자의 발언은 기금운용본부의 마이너스 수익률의 원인이 본부의 소재지가 전주에 있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어 그 해악성은 심각하다"며 "지역을 비하하고 조롱한 방송에 대해 KBS사장은 즉각 사과하고 해당 기자와 방송 관련자를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은 "전북과 전주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있어서는 안 되는 한낱 시골로 폄훼한 KBS 기자와 논란이 촉발되자 별도의 사과나 성명도 없이 슬그머니 해당 방송 분의 다시 듣기만 삭제한 KBS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현직 기자가 방송법 제5조에 따른 방송의 공적 책임을 무시한 채 지역을 폄훼·비하하고 갈등을 조장한 부분은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전북도민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7일 KBS1 라디오 프로그램 '성공 예감 김방희입니다'에 출연한 KBS 소속 A기자가 진행자와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찬반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불거졌다.
당시 A기자는 "제 친구 중에도 운용역(자금 담당 인력)으로 있다가 돼지우리 냄새가 난다며 올라온 친구가 있다"고 발언했다. "여기 개인에게는 굉장한 고통"이라며 "지방은 이런 고부가가치 산업은 절대로 못 가지느냐, 이런 건 다 서울만 가져야 하느냐, 이런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안이 불거지자 KBS는 "진행자가 당일 방송 도중 해당 발언의 부적절함을 바로 지적했다. 다음날(8일) 방송에서 사과했다. 제작진과 해당 기자는 오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며 "이 발언으로 상처 받고 불편한 분들께 충분치 않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 돼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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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