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의 사과…충북도청은 '애국 vs 매국' 설전 지속

 '친일파' 논란을 야기한 김영환 충북지사의 공식 사과가 열흘 만에 나왔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보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6일 충북도청에서는 김 지사의 사죄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피켓 시위와 그를 옹호하는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 "친일 망언 사죄하라, 도민 대표 자격 없다, 친일파 도지사 필요 없다" 등 문구를 새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본관 앞과 충북도청 서문을 오가며 김 지사의 사죄를 요구했다.


보훈단체 회원들은 "김 지사의 진정성을 무시한 채 단 열다섯 글자를 이유로 도정을 방해하는 것은 도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말꼬리 잡기이고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친일파 논란이 보혁 갈등으로 확산한 이날 김 지사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도민께 심려를 드려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7~8일부터 이어진 각계각층의 사과 또는 사퇴 요구에도 "반어적 표현일 뿐 사과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논란 열흘 만에 "친일파라는 민감한 표현을 써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걱정을 끼친 것은 불찰"이라는 김 지사의 입장이 나왔으나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에 맞선 보훈단체 회원들은 충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왜곡 주장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 스스로도 "윤석열 대통령의 외로운 결단에 공감을 보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만큼 그가 소환한 역사적 금기어 '친일파'는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대위 변제 방침과 맞닿아 있다.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관한 야권 등의 비판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반일 감정이 노재팬(No Japan·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김 지사에 대한 친일파 공세가 당장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은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표현을 사과한 것일 뿐이고, 이날 유감 표명으로 그 휘발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일본이 (사과하지)않는다면 우리가 양보해 매듭을 짓자는 (윤석열 정부의)해법에 동의한다"면서 "이런 소신이 친일로 매도된다면, 애국의 길에서 친일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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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