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지난해 추경서 예산 전액 삭감…안전성 문제 제기
전주시장 "선구매 적절한 절차 아냐…선집행 안하겠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입하는 업체에 보조금을 편성해 논란을 빚은 전북 전주시가 이번에는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무리하게 미편성 예산 29억원을 선집행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업체는 지난해 12월에 이미 중국산 전기버스 20대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시의회 이성국 의원(효자5동)은 17일 열린 제39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중국산 전기버스와 관련해 그간의 과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행정"이라면서 "올해 추경에 시비가 얼마나 확보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무리한 선집행을 요구하는 것은 향후 의회에서 예산을 삭감·의결할 수 없도록 의회를 전적으로 경시하고 무력화하려는 처사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해 9월 개최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전기버스 구매지원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중국산 전기버스 21대분의 시비 보조금으로 29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전북도에 관리 권한이 있는 광역(시외)버스 보조금 지급에 시비(35%)가 과도하게 포함된 점, 버스 안전성 및 직영 A/S센터 부재에 따른 정비 문제 등 중국산 전기버스를 수입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특히 전주·완주는 수소시범도시로서 그 지향점은 수소버스에 있어야 한다고 이 의원은 강조했다. 실제 완주에는 친환경 수소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있으며, 현재 수소고속버스 개발을 마쳐 내년에는 양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의원은 "단순히 중국산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한 것이 아니라 다각적·거시적으로 면밀히 살펴본 후 판단한 결과였다"면서 "작년 추경예산안 논의 당시에는 전기버스에 대한 대안이 없었으나 현재는 수소전기버스 생산과 지원 정책에 따라 수소버스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으로 국면이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월 전주시는 제3차 전주완주 상생 협약으로 수소버스 확대 노력을 약속했고, 2월에는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수소고상버스 모델인 '유니버스'를 생산해 3월 중으로 판매한다는 공문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전기버스 보조금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반절 가까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국가 정책 역시 중국산 전기버스를 포함한 수입 전기버스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가 무리하게 예산을 선집행하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본 의원이 파악한 바로는 한 버스 업체에서 작년 12월에 이미 중국산 전기버스 20대를 구입했고, 수입된 버스는 현재 평택항에 묶여있는데 차고지 이용료만 하루에 84만원씩 발생함에 따라 행정에서는 업체의 재정 부담을 호소하며 명시 이월액 선집행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지역업체로서 그동안 전주시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점에서 업체의 호소에는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그런데도 전주시에서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굳이 나서서 특정 업체의 재정 부담을 감안해 선집행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기버스 보급 사업은 탄소 중립 및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통해 대기 환경 개선, 시민 편의를 제공하는 환경부 정책 사업"이라며 "전기버스 구매지원사업은 국·도비가 이미 교부돼 전기버스 보급으로 용도가 정해져 수소 버스 구매지원 사업으로는 예산 변경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적인 전기차 보급사업은 계약과 제작, 출고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돼 사업 시행 전에 구매 계약이 이뤄지고 있지만, 버스 업체가 예산 확보전에 전기버스를 구입한 것은 적절한 절차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득이하게 선집행을 추진하고자 한 것은 환경부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간 차등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했고, 버스업체의 지속적인 예산집행 요구가 고려된 것인데 여러 의원의 우려에 따라 선집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 시장은 수소버스 도입과 관련해서는 "중국산 전기버스 구매 보조금 선집행은 집행 여부를 떠나 수소시범도시인 전주시의 미래와 비전을 함축하고 있는 매우 복합적인 사안이라는 점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라며 "최근 수소고상버스 도입을 위해 시외·전세버스 27개 운수사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고, 총 42대 구입을 위해 향후 전북도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