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지원' 글로컬대 마감 초읽기…'통합 추진' 대학가 분규 조짐

이달 말 교육부 글로컬대 예비지정 신청 마감
부산교대 총학, '부산대와 통합' 투표 '보이콧'
타 대학서도 설득 진땀…9월까지 동의서 필요

이달 말 '글로컬대학30' 예비신청서 마감을 앞두고 통폐합 여부를 결정하려는 총장들의 학내 설득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학생들이 투표를 거부하거나 교수들이 반대 성명을 연달아 내는 등 대학 사회에서 분규 조짐이 일고 있다.



10일 대학가와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 등에 따르면 부산교대는 이날 낮 12시부터 학생·교수·직원을 대상으로 부산대와 글로컬대학30 사업 공동 추진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부산교대는 지난달 21일 부산대에게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공동 지원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부산대 측은 부산교대 캠퍼스에 사범대 등을 이전, 유아부터 중등(중·고교), 특수교육까지 아우르는 종합교원대학을 세울 방침이다.

부산교대 기획처 명의로 교수·학생들에게 배포된 메일을 보면, 대학 측은 이날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평의원회, 교수회의를 거쳐 오는 17일까지 부산대 측에 통합 제안 수락 여부를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부산교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투표 불참(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는 전날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부착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투표 전날 비대위와의 형식적인 간담회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부산교대 교수는 "글로컬대 사업에 대한 찬반은 통합이냐 아니냐의 문제인데, 기획처장에게 직접 물어봐도 부산대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교수나 학생들에게 공개할 정도는 아니라고만 답한다"며 "알맹이도 모르는 우리에게 통합을 할지 말지를 정하라고 하는데 학생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 통폐합은 어디나 쉽지 않지만 교대와 국립대의 통합은 특히 어렵다고 평가된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2021년 4월 통합을 위한 협약(MOU)을 맺고 지난해 11월 투표도 추진했으나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불발됐다. 2021년 협약 체결 당시에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가 통합 추진을 반대하기도 했다. 신규 교사 수급 문제와 맞물려 있고 2008년 제주교대·제주대 통합 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 논의가 재개된 계기는 교육부 글로컬대학30 사업이다. 사업에 선정되면 대학에 5년 간 국고 1000억원 지원을 추진한다. 통·폐합을 전제로 공동 지원해 선정될 경우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된다. 개별 대학에게 연간 평균 200억원이 투입되는 셈인데 과거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지원금이다.

교육부는 담대한 구조개혁이나 연구, 교육의 큰 방향 전환을 제안하는 대학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학가에서는 통폐합, 국립대의 도립대 전환, 무학과제 도입 수준의 구조개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업 참여에 반발하는 학생, 교수들은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대학본부 측이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공한 시간과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선정 절차의 첫 관문은 최대 5쪽 분량의 '혁신기획서' 제출인데 이달 31일까지다. 대학 안팎이나 학과 등 내부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시도를 핵심적으로 적어내야 한다. 사업 계획이 확정된 게 지난달 17일이라 보고서 작성에 통상 2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구성원 설득에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다.


사업 참여를 위해 최근 통폐합 논의를 재개한 충남대와 한밭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 지난해 12월28일 대전 유성구 호텔오노마에서 대학통합 논의 공동선포식을 연 충남대 이진숙(왼쪽) 총장과 한밭대 오용준 총장이 공동선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지난달 19일 성명에서 학과별 의견 수렴 기간이 3월27~31일 닷새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요식행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충남대와 한밭대 교수회는 각각 통합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충남대 총학생회도 지난달 19일 "학생 동의 없는 '통합 기반 혁신'을 전면 철회하라"며 지난달 21일부터 1주일간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 시위를 벌였다.

강원대도 강릉원주대와 '1도 1국립대' 모델 구축을 목표로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1개월여에 걸쳐 23차례나 총장과 단과대학별 간담회를 열었지만 구성원 설득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도가 경상국립대와 통합 논의에 불을 붙인 창원대에서도 교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가 지난 3월28일 도청 앞에서 통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구성원 투표를 진행하는 부산교대처럼 통합을 추진하는 다른 대학들도 구성원 동의를 묻는 투표를 검토 중이다.

교육부가 오는 9월 본지정 평가 전에 구성원 동의를 얻었음을 증명하는 의견수렴 결과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준우 한밭대 교수회장은 "우리 총장은 구성원이 반대한다면 세부 사업계획서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교수, 학생, 직원 등) 집단별 찬반을 어떻게 종합해 결론을 낼 지도 큰 숙제"라고 전망했다.

한 지방 국립대 총장은 "구성원 의견을 묻지 않고 체제를 개편해 혼란이 가중되면 발전이 아니라 퇴보가 될 수 있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며 "교육부가 구조개혁을 너무 강조하는 듯 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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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