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의사면허 취소법"…의사들, 공동대응 새판 짠다

의협 등 면허취소법 대응 속도 높일 듯
"범죄 유형 무관 면허취소 과잉입법"
'성·강력범죄 국한' 중재안 재개정 초점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사들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 등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일부 개정안)'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지난달 27일 간호법과 함께 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이 법안에 대해서는 직역 간 갈등이 없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당정이 마련한 중재안을 '의료법 개정안'으로 발의되도록 공동 대응하는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을 중심으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의사면허취소법으로 더 잘 알려진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물론 조산사와 간호사도 적용 대상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치과협회(치협) 등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의료인에 대해 범죄의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로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살인, 성범죄 등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의료인 면허 취소에는 공감하지만, 업무 연관성이 없는 교통사고·금융사고 등과 같은 민·형법상 과실로 인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이유다.

우발적인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만으로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의료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분야를 선택하고 방어진료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박태근 대한치과협회 회장은 "금고형으로 단순히 면허가 취소되는 것 뿐 아니라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최소 2년간 의료인으로서 업무 수행이 금지돼 법안의 공포는 곧 치과의사로서 의료행위의 자유를 완벽하게 말살하는 위헌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 "외과적 처치가 많아 늘 소송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치과의사의 경우 해당 법의 시행으로 면허정지를 피하기 위해 지극히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진료를 행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온전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치협은 의협 뿐 아니라 대한한의사협회에도 헌법소원을 함께 제기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의사들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재개정 하려면 국회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헌법소원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정부와 함께 과잉입법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헌법소원과 의료법 재개정을 병행하면서 정치권과 정부에 범죄의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금고 이상형을 선고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속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내년 4월 총선 전 재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경우 공포된 후 시행까지 1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원상 복구 또는 국민의 정서 등을 고려해 중대범죄나 성범죄만 국한되는 방향으로 재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과잉 입법 우려와 위헌 소지를 들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성범죄'와 '강력범죄' 등에 국한해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전날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개정을 위한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모든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여론이 있다"면서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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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