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계승하는 5·18 43주년 기념식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됐다.

기념식에서는 43년 전 국가폭력의 아픔을 딛고 민주화에 헌신한 '오월 어머니'들의 삶을 조명했다.

다만, 기념사에 5·18 정신 헌법 전문(前文) 수록 실천 의지와 5·18 진상 규명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를 주제로 열린 국가보훈처 주관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5·18민주유공자와 유족, 정·관계 인사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애국가 제창, 헌화·분향, 오월영령에 대한 묵념, 경과보고, 헌정 공연, 기념사, 기념 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거행됐다.

기념식은 5·18 당시 국가폭력으로 남편과 자녀를 잃은 오월 어머니들을 조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장에 오월 어머니 15명과 입장한 뒤 헌화·분향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사랑하는 남편, 자식, 형제를 잃은 한을 가슴에 안고서도 오월 정신이 빛을 잃지 않도록 일생을 바친 분들"이라고 오월 어머니들을 언급했다.

이어 "애통한 세월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의 용기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아픔 딛고 민주화 이끈 '엄니'들 조명

5·18 경과 보고 직후 오월 어머니들의 삶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오월 어머니들은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다가 희생당한 남편의 묘를 살피며 회한을 쏟아냈다. 홀로 자식 다섯을 키워냈던 힘겨운 지난날을 곱씹으며 한탄하기도 했다.

소리꾼 이봉근이 헌정 공연으로 '엄니'를 바쳤다. '엄니'(나훈아 작사·작곡·1980)는 5·18 희생자가 원혼이 돼 어머니를 달래 내용이다.

'엄니 울지 말랑께'라는 가사가 울려 퍼지자 오월 어머니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불의에 공분했고, 약자들을 따뜻하게 품은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듯 보였다.

오월 정신이 후대까지 계승되길 바라는 어머니들의 염원을 담은 대합창도 펼쳐졌다.

전국 각지 청소년과 청장년 30명으로 꾸려진 합창단은 '바위섬'을 불렀다. '바위섬'은 1980년 5월 신군부에 의해 고립된 광주를 자조적으로 위로하는 노래다.

이날 조명된 오월 어머니들은 5·18 진상 규명과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비롯해 민주화·인권 운동에 헌신해 왔다.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없는 '맹탕 기념사'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명확한 언급은 피하고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만 했다.

집권 2년차인 올해는 구체적 실천 의지, 여야 논의 촉구 등을 언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기념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포 명령·암매장 등 5·18 진상 규명에 대한 실천 의지도 빠졌다.

지역 사회의 평가는 실망감이 앞섰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기념사에 잠깐 언급은 있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확실한 헌법 전문 수록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대통령이 2년 연속 오월 광주를 찾아오는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기념사 자체는 추진 의지, 계획 어느 것 하나 구체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화해와 통합은 말뿐이고, 그 어떤 대목에도 지난 1년 광주 정신을 위협하고 훼손한 정부·여당 인사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 단호한 조치의 약속이 없었고, 자신이 약속한 5·18정신 헌법 수록에 대한 이행 계획도 단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진보당 광주시당도 "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의례적 인사말은 있었지만,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파면 약속은 없었다"며 "역대급 맹탕"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