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23번째 국립공원 지정…태백산 이후 7년만

병풍바위·은해사…"자연경관·문화 가치"
"보전 가치·이용 가치 조화이룬다고 봐"

대구·경북의 진산 팔공산이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신규 지정은 지난 2016년 태백산 이후 7년 만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138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안을 심의해 의결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팔공산은 지난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지 43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이명박 정부는 2013년 무등산국립공원을, 박근혜 정부는 2016년 태백산국립공원을 지정했다.

팔공산국립공원 승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오늘은 대구·경북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새로운 국립공원을 선사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체계적인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지역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공원관리의 본보기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이 논의됐으나 토지소유자 반대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지난 2021년 5월31일 국립공원 승격을 환경부에 요청했고, 환경부가 2년에 걸쳐 타당성 조사, 지역 설명회, 관련 지방자치단체·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친 결과 현 도립공원 면적인 125.232㎢보다 0.826㎢ 넓은 126.058㎢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타당성 조사 결과 팔공산은 22개 국립공원 대비 야생생물 서식 현황은 8위, 자연경관자원 가치는 7위, 문화자원 가치는 2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생태계는 붉은박쥐·매·수달 등 멸종위기종 15종을 포함해 총 5296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연경관으로는 병풍바위, 염불봉 핵석, 가산바위, 치산 폭포 등이 유명하다. 산봉 39개소를 중심으로 기암 10개소, 계곡 19개소 등 총 77개소가 분포해 있다.

문화경관은 일대 동화사, 은해사가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 불교 역사·문화와 연관된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가지정 문화재 30점, 지방지정 문화재 61점, 등록문화재 1점 등 총 92점이 속해 있다.

지난 2017~2019년 연 평균 방문객은 약 358만 명으로 22개 국립공원 대비 3위로 조사됐다.

팔공산의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찬성 여론은 지난 2019년 72%에서 이달 84%로 증가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규제가 심해질 것을 우려해 토지소유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한 장관은 "지난해부터 60차례 이상 주민간담회와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거쳤다"며 "그 결과 지난달 28일 팔공산국립공원 반대대책위원회는 상생발전위원회로 전환을 결정했고, 국립공원 승격을 반대하는 현수막도 자진 철거했다"고 밝혔다.

팔공산국립공원은 사유지 비율이 52.9%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지주들과 갈등이 일었으나 이미 훼손된 사유지는 공원구역에서 해제하고, 편입되는 지역에 대해선 토지 매수 사업 등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기로 했다.

김종률 자연보전국장은 "도립공원 시절에서는 토지 매수 제도를 활용을 못 했다"며 "내년도 예산이 편성되면 내년부터 토지매수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환경부는 팔공산국립공원 승격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 가치를 5233억으로 추산했다. 무등산·태백산 사례에 비춰볼 때 탐방객은 28% 증가하고, 보전이용 가치는 1.9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공원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 생태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내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협력 사업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동의한데 이어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풀렸다는 지적에 대해 한 장관은 "국립공원은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자원의 입장에서는 더 보전의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탐방객들에게 탐방이라든지 체험 인프라를 조성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생태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다"며 "보전의 가치와 이용의 가치가 조화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환경부와 전문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훼손지역의 복원과 핵심 보전지역 내의 사유지 매수, 문화유산지구 정비사업 등이 진행된다.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팔공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논의도 중단될 전망이다.

지형재 대구광역시 환경수자원국장은 "팔공산에 있는 종교계의 반대로 대구시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립공원 지정과 관련해서도 특별하게 지자체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다가오는 연말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오는 2030년까지 보호 지역을 30%로 늘리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국립공원 지정으로 도립공원에 비해 보호 면적이 늘어난 만큼 보호 지역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내달 중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을 관보에 고시해 확정하고 하반기에는 국립공원 승격 기념식을 개최한다. 대구광역시·경상북도로부터의 업무 이관을 거쳐 지정 작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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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