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어딜가든, 서울가든'…서울이 푸르게 물든다

직접 가꾸는 '용산공원' 정원 조성 정부 건의
2026년까지 녹지 연결해 '서울초록길' 조성
오세훈 "어디서든 5분 내 녹지공간이 목표"

서울시는 24일 빽빽한 도심 속 회색 구조물을 지우고 365일, 서울 어디서든 정원을 만날 수 있도록 세계적인 정원 도시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했다.

앞서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서울링,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 등은 해외 관광객 3000만 시대를 이끌기 위해 서울의 다양한 매력을 발굴하고 채우는 방향의 계획이었다.

반면 이번 '정원도시, 서울'은 도심을 꽉 채우고 있던 회색 구조물을 비우고 그 빈 공간을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녹지 생태공간으로 가꾼다는 오세훈 시장의 시정철학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최근 세계 여러 도시들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폭우, 미세먼지 발생 등 자연재해 대응과 동시에 도시경쟁력 제고, 미래사회로의 변화에 대처하고자 환경도시, 녹색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로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도시 전체의 70%를 녹지로 관리하며 '세계의 환경 수도'로 꼽히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시, 도시 내 모든 녹지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려는 시도로 '자연 속의 도시'를 표방한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역시 도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보라매공원 재정비, 노을공원 개장, 북서울꿈의 숲 조성, 수성동계곡 복원 등 대규모 이전부지, 빈 공간에 대형공원을 만들고 주택, 상업시설, 도로와 같은 회색 건축물이 즐비한 서울의 곳곳을 녹색으로 채워왔다.

노력의 결실로 서울의 공원율(28.53%)과 1인당 도시공원면적(17.74㎡·이상 2022년)은 증가했지만, 국립공원 등 외곽산림을 제외한 도보 생활권공원 면적은 1인당 5.65㎡에 불과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비움', '연결', '생태', '감성'이라는 4가지 핵심전략과 30여개의 사업으로 '정원도시, 서울'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약 6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규 사업 14개에 소요되는 비용은 1000억원 가량이다.

우선 서울시는 꽉 찬 도심의 공간을 '비워' 여백과 쉼의 공간으로 조성한다.

지난해 시민 곁으로 돌아온 송현동 부지(2만6604㎡)는 오 시장의 원칙대로 이건희미술관 외에는 별도 시설물 없이 도심 속 정원으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미군이 떠나고 남은 242만6748㎡의 용산공원은 세계 여러 나라 대표 정원을 선보이는 세계정원으로 제안하고, 국민의 품으로 되돌린다는 정부의 방향과 궤를 같이 해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내가 그린 정원'을 건의할 예정이다.

마곡3지구 문화시설부지는 서울식물원과 연계해 계절별 야생화를 심고 시민이 즐겨 찾는 여가공간으로 꾸민다.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영동대로, 국회대로, 경부고속도로의 구간 상부는 정원으로 꾸며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또한 시는 시민들이 더 가까이에서 여가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공원, 녹지대, 산책로를 '연결'한다.




서울 전역의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고 정비하는 대규모 사업인 '서울초록길'을 오는 2026년까지 총 2063㎞의 녹색네트워크로 만든다. 서울초록길 시범조성사업은 대상지 선정을 거쳐 하반기 본격 추진한다.

기존 8개 코스로, 한 구간이 너무 길어 접근이 어렵던 서울둘레길은 21개 코스로 확대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구간은 기존 17개에서 49개까지 대폭 늘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그늘이 없어 시민들이 오래 머물기 힘들었던 서울광장은 국민 선호도가 높은 소나무 숲으로 만들고 추가 식재를 통해 그늘숲으로 탈바꿈한다.

아울러 시는 외곽의 산과 한강, 가까운 지천은 치산, 치수를 넘어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머물며 쉴 수 있는 '생태정원'으로 가꾼다.

남산 야외 숲박물관을 남산야외식물원 주변에 조성하고 보상이 완료된 공원부지에는 훼손된 식생을 복원하고 계절별 꽃을 심어 정원으로 꾸민다. 한강공원 내 꽃길, 꽃밭 등을 조성해 자연체험공간을 만들고 도심 하천을 생태·여가명소로 조성하는 '물의 정원' 사업을 올해 불광천, 묵동천 등 4개소에서 시범으로 조성한다.

'감성'에는 정원과 수준 높은 계절별 화초정원으로 새로운 서울의 힐링 랜드마크를 키우겠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 프랑스 쇼몽의 정원 박람회처럼 정원이 대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도록 감성을 투영하겠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진행되던 서울정원박람회를 올해부터 두 달로 늘리고 내년에는 유명 해외작가들과 공모정원 등 수준 높은 정원을 볼 수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뚝섬한강공원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간 진행한다. 정원도시 서울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과 기업을 위해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이날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접 발표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에는 나무, 잔디 심어서 면적을 늘리는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선진국형 녹지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정원을 만드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는게 (과거 정책과) 크게 다른 점"이라면서 "어디서든 5분 내에 녹지공간을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최대한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발표 초반 싱가포르 등 녹지 공간이 잘 조성된 곳들을 소개한 오 시장은 "이런 도시들을 흉내내긴 어렵다. 싱가포르의 경우 열대 지역이라 늘 잔디와 숲이 있지만, 서울은 4계절이 뚜렷하다"면서 "최대한 녹지 면적을 늘려서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인다는게 우리의 구상"이라고 보탰다.

최근 문화재 인근 고층 건물 건축을 둘러싼 서울시와 문화재청의 견해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시는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쪽이지만, 문화재청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얼마 전 문화재청장을 만나 (문화재) 앞에 높은 건물만 안 짓는다고 문화재가 돋보이는게 아니라, 측면을 높이는 대신 녹색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설명드렸다. 문화재를 진정 돋보이게 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했는데 진전된 것처럼 와전돼 문화재청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문화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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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