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광주시민 덕에 목숨 구한 계엄군, 43년 만에 "감사"

20사단 출신 박윤수씨, 5·18민주묘지 참배
당시 치료해준 의사와 43년 만에 상봉도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다가 중상을 입었던 계엄군이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43년 만에 생명의 은인을 만난 계엄군은 큰절을 올리며 거듭 감사를 전했다.

24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5·18 당시 투입됐던 20사단 출신 계엄군 박윤수(66)씨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영령에 참배했다. 20사단 출신 계엄군이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념탑에 헌화·분향한 박 씨는 20사단 62연대 2대대가 국군통합병원 탈취 작전 도중 벌인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고(故) 이매실씨의 묘소와 7살 나이로 행방불명된 이창현 군의 가묘 등에서 묵념했다.

박씨는 5·18 당시 자신을 구해준 의사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이날 광주를 찾았다.

당시 20사단 62연대 1대대 당직병으로 근무했던 그는 1980년 5월21일 오전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병력과 함께 광주 시내로 진입했다.

광주톨게이트 일대에서 시민들과 마주친 그는 투석전에 휘말려 부상을 당했다. 시민들은 5월 18일부터 이어졌던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만행에 격분해있던 상태였다.

그는 부상 직후 중태에 빠졌지만 곧바로 시민들이 부축해 광주 북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았다.

그는 병원 입원 기간 동안 의사와 시민들이 소재를 숨겨준 덕에 항쟁 직후인 5월 28일 부대로 무사히 복귀했다.

박씨는 당시 자신을 구해준 시민과 의사에게 못다한 감사를 전하기 위해 과거 한 차례 광주를 방문했으나 이들을 찾지 못했다.

조사위는 이 같은 사연을 접하고 지난 2년 동안 수소문한 끝에 박씨를 보살펴줬던 의사 정영일씨를 최근 찾았다.

정씨는 병원 치료를 받던 박씨에게 '군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며 사복으로 갈아입힌 뒤 항쟁 기간 내내 숨겨줬다.

조사위의 주선으로 박씨와 정씨는 이날 오후 광주 북구 임동 한 병원에서 43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됐다. 박씨는 정씨에게 큰절을 올리고 못 전했던 감사 인사를 했다.

박씨는 "43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생명의 은인을 찾아뵙게 돼서 죄송하다"며 "그때의 부상으로 한쪽 청각을 잃어버렸지만 광주를 원망하기보다는 나를 구해준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시민과 계엄군) 서로 5·18 당시 생긴 상처가 여전히 깊다. 43년 전 저를 보듬어 준 당시처럼 나아가 모두가 화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송선태 조사위원장은 "이번 만남은 적극적으로 조사위의 진상규명 조사에 협조해준 분들 덕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계엄군들이 마음을 열고 증언과 제보에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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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