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 참사 2주기 추모식 엄수
2년 전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일어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세상을 떠난 9명을 기리는 추모식이 엄수됐다.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추모식에 모인 유족들은 지역 사회를 향해 책임자 처벌과 안전 관련 법규 강화, 추모 공간 마련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광주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 내 붕괴 참사 현장에서 2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강기정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 등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묵념과 감사패 전달, 헌화,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슬픔을 억누르며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었다.
추도사에 나선 유족들이 희생자를 향한 편지를 낭송할 때는 곡소리를 겨우 참아가며 어깨를 들썩였다.
철거 건물 잔해에 깔려 멈춘 희생자 9명과 유족들의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은 2년이 지난 이날도 흐르지 않았다.
정치권의 미진한 안전 관련법 제정 노력과 추모 공간 마련에 소극적인 주변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유족들은 대표 추도사를 통해 이같은 점을 지적하고 지역 사회를 향해 관심을 촉구했다.
이진의 유족 대표는 "1심까지 결정된 책임자들의 형량은 유족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이밖에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탓에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어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참사 초기 사회적 관심으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재발 방지를 위한 협의가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처음 유족과 만나 약속했던 책임자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법안 마련에 노력해달라"고 했다.
또 "지난 2년 동안 추모 공간 마련을 위해 노력했으나 탁상 공론의 연속이었다. 유족이 원하는 추모 공간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며 "8명이 다치고 9명이 죽어간 사실을 기리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희생자들이 그리워 찾아갈 때마다 어루만질 수 있는 작은 나무가 심어진 공간 정도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동시에 주변 주민들도 편히 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그늘이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 추모식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지역 사회의 관심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시장은 추도사로 유족의 촉구에 화답했다. 강 시장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와 지방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추모공간 조성을 포함한 추모사업에 대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께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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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