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위탁 관리 기금, 순자산 증가 아냐…법인세 부과 취소돼야"

기부목적으로 100억원 관리 협약
38억여원 지급하고 나머지 반환
세무당국, 익금 판단…법인세 처분
1심 "실질적 귀속 아냐" 처분 취소

기부 목적에 따른 위탁 관리 기금은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 또는 수입으로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법인세 부과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SK브로드밴드(SKB)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5월11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SKB 측에게 부과된 약 25억원의 2017 사업연도 법인세와 2020년 귀속 61억여원의 소득금액 변동통지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지난 2017년 3월 티브로드는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중소 방송프로그램 공급자(PP·Program Provider) 운영 및 지원을 위한 공동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국내 방송산업 진흥을 위해 100억원을 기부하고 티브로드는 기부금이 목적에 따라 관리하도록 정했다. 또, 기부금을 어떠한 경우에도 티브로드를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규정했다.

티브로드 측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6회에 걸쳐 21개의 중소PP에 총 38억39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2019년 티브로드와 이 전 회장은 양해각서 합의를 해지했고 티브로드는 지급된 기부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 전 회장 측에 되돌려줬다.

세무당국은 2020년 티브로드에 대한 법인세 통합 세무조사 결과 해당 금액을 티브로드의 익금(순자산 증가 거래에 의해 생긴 수익)으로 판단했다. 이후 그에 따른 소득금액 변동통지 및 법인세 부과 25억여원을 경정·고지했다.

같은 해 4~5월 티브로드와 흡수합병한 SKB는 세무당국의 법인세 부과 등이 부당하다며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SKB 측은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 또는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부금이 티브로드에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인세법상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도 해당 금원이 티브로드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 또는 수입의 금액, 즉 익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SKB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양해각서에 따른 법률관계는 중소PP에 대한 지원 등이라는 특정 목적을 위해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가 관리·처분하는 내용의 법률관계"라며 "신탁 또는 유사 성질을 가진 비전형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금원은 양해각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중소PP 등을 위해 지출됐고, 이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됐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며 "남은 정산금도 반환되는 등 이 사건 금원이 티브로드의 순자산을 증가시킨 것으로써 티브로드에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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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