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회동, 28일 성사…대선 후 사실상 첫 공식 회동
이재명 "총선 앞두고 분열없는 단합…도와달라"
이낙연 "도덕성 회복으로 혁신 통한 단합해야"
"이낙연 총리께서 선거에 애 많이 쓰셨는데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 꽃다발을 건네며 이같이 인사했다. 지난해 대선을 치른지 506일 만이다. 양측 회동이 당내 계파 갈등 봉합의 단초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종로 한 식당에서 만찬 겸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과 이 전 대표 최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이 자리에 배석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낙(친이낙연)계 수장인 두 사람이 공식 회동한 건 지난해 대선 후 사실상 처음이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이 전 대표 장인상에서 대면했으나 조문 차원에서 이뤄진 짧은 만남이었고, 이후 지난 6월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전화 통화로만 안부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도 지난해 대선이 끝난 뒤 양측 간 제대로 된 인사조차 오갈 자리가 없었음을 짐작케 한다.
두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된 건 대선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선 라이벌이었던 양측은 경선 불복 논란을 계기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표면적으로 통합을 외치며 대선 본선을 함께 치르긴 했지만, 선거 패배 후 양측 관계는 줄곧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이 대표가 선거를 도운 이 전 대표에게 감사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뒷말이 나오면서, 친낙계는 이에 대한 서운함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대표가 이날 이 전 대표에게 대선을 언급하며 안부 인사를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를 포함해 친낙계 전체를 향한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친낙계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 한 통화에서 "그렇게라도 인사해서 다행"이라며 반색했다.
그는 "잘 됐다. 이번 회동은 당원들이 화해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당을 위해 백의종군 할 사람이다. 이 대표를 도울 것이고 분열이란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친낙계 의원도 뉴시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더 일찍 성사됐으면 좋았을 만남이었다"며 회동 결과를 반겼다.
두 사람은 이번 회동에서 당이 단합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표는 분열 없이 당이 단합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에게 도와달라는 요청도 청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잘 이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께서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지속되는 데 대한 우려에서 이 전 대표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역시 "당내 분열의 언어를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낙지 탕탕이(이 전 대표 비하)' 등 비명계를 겨냥한 혐오적 표현이 난무하는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위기 의식과 혁신 의지도 당부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민주당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담한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며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이 전 대표의 총선 역할론에도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친낙계 한 의원은 "정치를 하지 않을 사람들이 아닌 데다 어차피 같은 당이지 않나"라며 "서로를 위해 당이 총선에서 압승해야 한다. 어떤 자리를 맡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총선에 임박할 수록 (두 사람 간 단합은)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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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