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2-2형사항소부(부장판사 손대식)은 11일 사기방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경북경찰청 소속 경찰관 A(42)씨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여러 정상을 종합해 형을 정했고 원심이 든 사정들 이외에 당심에서 형량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과 검찰의 '양형부당'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2021년 11월1일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2922만여원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이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가 3억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된 A씨는 추가 코인 투자를 위해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기존 채무 과다로 제도권 담보대출 및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2021년 10월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해 연락해 온 성명불상자들로부터 '편법적인 방법으로 대출을 해 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들의 제안에 동의한 A씨는 자신의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2922만1000원이 입금되자 대출 상품 등 관련 사항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색으로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제3자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게 된다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들의 범행을 완성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기관 등에 신고한다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들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의 코인투자 중독이나 편법대출, 보이스피싱 범죄 연루 사실을 수사기관에 제보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막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들의 지시에 따르기로 마음먹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심은 "15년 넘게 경찰 공무원으로 재직해 온 사람인데도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조직범죄를 방조했다. 검찰 조사받던 중에도 코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었고 그 돈으로 충분히 피해 변제가 가능했음에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