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의혹을 받는 임대인 일가족이 자신들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헀다.
11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모씨 부부와 그의 아들 정씨 등 3명에 대한 사기 등 혐의 2차 공판기일에서 변호인은 "사기 혐의 일부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해당 피해자들에게는 피고인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해 준 만큼 사기의 고의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보증보험에 가입된 인원은 전체 피해자 214명 중 1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또 정씨 부자의 감정평가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실제 있는 사례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가지고 평가한 것이 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정씨 일가족에게 적용된 나머지 혐의(부동산실명법위반, 업무상배임 등)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했다.
재판장은 다음 기일 정씨 일가족이 진행해온 사업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직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장판사는 끝으로 "피해자 측에서 굉장히 많이 출석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우선 기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피고인의 절차 보장이 우선"이라며 "생업이 있는데 휴가를 내면서 (재판을) 올 필요는 없고 할 말을 적어서 재판부에 제출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결심 전에 피해자 의견 진술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5일 진행된다.
정씨 일가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일가족 및 법인 명의를 이용해 무자본 갭투자로 약 800호의 주택을 취득한 뒤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 2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25억여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임대업체 사장과 재계약을 담당하는 부사장, 감정평가사 등 각각 역할을 맡아 범행에 가담했다.
정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다수의 건물을 사들이기 위한 법인 17개를 설립하면서 자본금 납입을 가장했다. 대출금 700억원이 넘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금 관리 계획 없이 '돌려막기'로 임대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정씨는 실제 가치보다 부풀린 가액으로 감정하는 '업(Up) 감정'을 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평가사인 그는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다른 호실보다 28~63% 이상 고가 거래된 특이 사례를 기준으로 건물을 평가해 감정가를 부풀린 것이다. 검찰은 아들 정씨의 범행으로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받은 보증금은 정씨가 게임 아이템 구매 등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국내 한 게임 계정에서 캐릭터 93개를 보유하며 아이템 구매에 13억원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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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