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회복률 0.5%인데…사기방지법 국회서 폐기수순

이번달 29일로 21대 국회 임기 만료
경찰 숙원 '사기방지기본법' 계류 중
신상공개·위장수사 조항 빠진 수정안

"이제 사기도 강력범죄다"

'수사통'으로 꼽히는 한 경찰관의 말이다. 사기범죄의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강력범죄에 비견할 수준이 됐다는 경고다.



사기범죄는 지난 2017년 약 23만건에서 지난해 약 34만7000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범죄에서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13.9%에서 23.7%로 높아졌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치안전망 2024'는 올해 살인·강간·강도·절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보다 투자리딩방 같은 악성사기가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보이스피싱 등에 이어 투자리딩방 사기, 로맨스스캠 등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신종사기범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온라인 기반의 사기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온라인 기반 사기범죄는 IP를 다양한 국가로 우회하는 방식을 써 피의자 특정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또 범죄자들이 경찰의 수사 착수를 알게 되면 피해액을 가상화폐로 빠르게 환전해 사라져 환수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기 피해 회복률은 0.5% 수준에 불과하다.

경찰청 산하에 '컨트롤타워'인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설치해 사기 피해 의심 계좌 거래를 신속하게 차단하는 '사기방지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이달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될 위기다.


◆신상공개·위장수사 조항 빠져

사기방지기본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지난 1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본회의로 직행해 사실상 법안이 통과된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는 특정사기 범죄에 대해 경찰이 신분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신상정보 공개명령이 사회적 인격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부처 우려가 제기돼 두 조항은 결국 삭제됐다.

행안위를 통과한 수정안은 현재 법사위에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이견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 1월 법사위에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신설하는 것이 사기범죄 대응의 실효성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특정사기범죄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것은 다른 재산 범죄자와의 형평성 고려 등을 통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사기행위가 의심될 경우 계좌 거래 정지와 같은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도 "금융회사가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어 실익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같은 달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기통합신고대응원 설치에 관해 "어떤 범죄를 어떤 범위 내에서 구간을 획정해서 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며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설치하겠다는 게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를 운영하면서 그 효과를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기범죄 피해도 너무 크기 때문에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답변했다.

이후 세 달간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법안 관련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밀려 추가 심사를 받지 못했다.


◆'컨트롤타워' 설치한 싱가포르, 피해 회복률 3~5% →25%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호주, 캐나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서 사기통합신고대응원과 유사한 기관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는 사기방지센터를 설치한 후 피해 의심 계좌를 바로 차단할 수 있게 되면서 사기 피해 회복율이 기존 3~5%에서 25%대로 증가했다.

경찰청은 당초 올해 안에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설립해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기능까지 합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21대 국회 내 남은 임기 동안 법안 통과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오는 27~28일쯤 열릴 수 있다.

다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22대 국회가 출범한 후 법안 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받게 되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계자는 "현재 보이스피싱 등이 해당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법으로는 1년에 발생하는 사기범죄 약 34만건 중 3만건 정도밖에 막지 못한다"며 "신종 사기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폭 넓은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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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