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거 투표권 갖는 대표회원 선출, 사실상 짜고 친 선임"
"14개 시군 지회에 선출권한 위임, 명단 확정까지 입후보공고도 없어"
선거관장 전북도회, 지침하달 "못해"…각 지회 선출방법 "몰라"
대한전문건설협회의 각 지방 시·도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회장 선거가 부조리로 점철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북도회 측이 규정 내 부수조항을 근거로 들며 투표권을 갖는 대표회원의 출마를 가로막는 등의 권리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소속 시·도회는 정관에 따라 시·도회장 선출시 기초단체 내 지회(지역별 협의회)의 대표회원을 미리 선출하고 선출된 이들이 모여 회장을 뽑는 간접투표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북도회는 지난 5일 군산·익산 지회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남원·순창·임실 지회를 순회하며 지회총회를 열고 대표회원을 뽑는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각 지회 총회에서는 돌연 투표방식에 대한 변경안이 나와 현장에서 대표회원을 뽑는 대신 각 지회에 대표회원 선출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 상정·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대표회원 출마의사를 가진 회원들로부터 변경안 자체가 규정에 잘못 적용된 안건이란 이견과 함께 부당함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건설협회의 대표회원 선출 규정에는 '5. 선출방법-선출은 무기명 투표방법을 원칙으로 하며, 출석정회원 다수결에 의해 기타의 방법으로 선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회원들의 이견은 이 내용상의 '기타의 방법'으로 변경됐다는 이유를 들어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각 지회는 지난 14일까지 대표회원 명단을 도회에 제출, 회장선거 선거인단을 확정했다.
대표회원 출마의사가 있던 회원들은 "전북도회를 비롯해 현 회장과 유착관계의 지회장 등이 재선에 나선 그를 당선시키고자 일방적으로 회의 분위기를 몰아감과 동시에 민주주의 기본 원칙까지 무시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장선거 투표권을 갖는 대표회원 선출을 위한 총회에서 회의 진행을 차기 회장 입후보자인 현 회장이 직접 맡았다"면서 "이들의 만행이 회원들의 권리를 강탈했다. 아무리 사단법인이라 하더라도 민법에 기반한 규정까지 편법을 동원해 짜고 치는 고스톱을 진행 중"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투표방법이 변경된 후 지회마다 새 대표회원 명단을 도회에 제출하기 전까지 회원들의 권리보전을 위한 '입후보공고' 등을 거친 지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반발하는 회원들은 "현장 다수결이란 이유로 출마를 원천 봉쇄당했으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마저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다수의 지회에서 지회 임원 등이 일부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회원을 해보겠나?"라고 물어보는 방식으로 새 대표회원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권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새 대표회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굳이 그럴 뜻은 없었지만 '해볼 거냐?'고 묻기에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아 수락했다"고 했다. 대표회원을 권한 이유에 대해서는 "친해서" 또는 "모르겠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대표회원 선출방식에 대한 의혹에 전북도회 관계자는 '간접선거의 개념이 내 편이 많이 오면 이기는 구조"라며 현 규정상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직접선거든 간접선거든 내 편이 많으면 이기는 것이 민주주의 선거의 기본 원리임을 간과한 답변이다.
이어 "14개 시군 지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표회원을 뽑았는지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파악이 안 됐다"며 "위임 후 지회 내 상의를 통해 진행하는 부분”이란 이유를 들었다.
또 "대표회원 선출에 대해 전북도회의 지침 하달이 필요하지 않았겠나?"라는 질문에는 "사무처에서는 두 줄짜리 규정(대표회원 선출방법)을 갖고 그냥 업무처리를 해 왔던 것"이라며 서로 다른 상황 때문에 일괄적 지침을 만들 수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도회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 선거를 관장하는 도회사무처가 각 지회를 지휘하지 않는다는 점, 지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대표회원을 뽑았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사무처 '무용론'까지 불거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표회원 선출 규정이 뜻을 모아 뽑는 '선출'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조건 또는 입맛에 따라 일을 맡기는 개념의 '선임'이었다는 점은 추후 법리적 다툼의 소지를 안고 있다.
"권리를 강탈당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회원들은 전북도회 회장선거에 대한 시행중지 가처분신청으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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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