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총격으로 남동생 잃어…항쟁 이듬해 첫 추모제 주관
경찰에 구타당하고 8개월 옥고…위자료 8000만원 지급 주문
5·18민주화운동 이듬해 추모 행사를 열었다는 이유로 옥고까지 치른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국가로부터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를 받는다.
광주지법 민사 8단독 김정철 부장판사는 정수만 전 회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장은 국가가 정 전 회장에게 위자료 8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정 전 회장은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총격으로 남동생을 잃었다. 이듬해 5월18일 광주 북구 망월동 5·18희생자 묘역에서 항쟁 1주기 추모제 행사를 주관했다. 항쟁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직접 추모사도 낭독했다.
당시 경찰은 추모제에서 유족 등 참석자들이 반미·반정부 성향의 노래를 불렀고 인근 파출소 앞까지 집단 행진한 점을 문제 삼으며 정 전 회장을 연행·구타했다.
정 전 회장은 국가보안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의 형이 확정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는 정 전 회장에게 장해·구금일수 보상금, 생활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정 전 회장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따로 배상해야 한다며 지난해 소송을 청구했다.
재판장은 정 전 회장이 경찰의 구타로 부상을 입었고 형 만기 출소까지 251일간 구금되는 등 국가에 의한 기본적 인권 침해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미 지급한 위로금, 구금일수 보상금은 위자료에 해당한다. 위자료에서 보상금은 공제해야 한다'는 피고(국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국가가 이미 지급한 보상금이 위자료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는 부족하다. 다만 정 전 회장이 받은 보상금을 위자료 액수 산정에 참작한다"면서 "정 전 회장의 추모제 당시 행위 내용, 경찰의 조사 경위, 유죄 판결 내용, 불법 행위로 입은 고통 정도, 국민 소득 수준·통화 가치 변화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했다"고 판시했다.
정 전 회장과 함께 원고로 참여한 민주유공자 3명은 법원의 강제 조정으로 소송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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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