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엔 시민사회·종교계 조문 행렬…대선 주자도 동참
서울 이한열기념관 내 분향소에도 추모객 발길 잇따라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일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배은심 여사의 별세 이틀째 시민사회·종교계 등 각계 각층의 애도 발길이 이어졌다.
배 여사의 장례 둘째 날인 10일 오전부터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 열사의 어머니이자 아들의 뜻을 이어 민주 투쟁 현장을 지켰던 '시대의 어머니' 배 여사의 넋을 기렸다.
빈소에 들어선 조문객들은 영정을 지긋이 바라보거나 숙연한 표정으로 헌화·분향했다. 조문객들은 저마다 고인과의 인연 등을 회상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스스로 분신, 전태일 열사의 친동생 전태삼씨도 홀로 빈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밝히며 민주·노동 투쟁 현장에서 함께 싸운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했다.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의 메가폰을 잡은 장준환 감독도 전날 조문한 배우 강동원에 이어 조문 발걸음을 했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던 장 감독은 전날 별세 소식을 듣고 조문을 결정,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장 감독은 "연세대 앞에서 아드님이 쓰러지시고 남은 30여 년간을 엄청나게 치열한 투사로 살아오신 어머님이시다. 이제는 편안히 쉬면서 아드님과 못다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배우 강동원과 처음 인사드리러 광주 자택에 찾아뵐 때 바라보던 따뜻한 눈빛, 손수 따뜻한 밥 먹여 보내겠다고 서둘러 준비하시던 모습, 귀하게 담근 술 한잔 내시면서 예뻐해 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5·18 유공자단체, 5·18기념재단,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도 빈소를 찾아 배 여사의 숭고한 헌신을 기렸다.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은 "민주화 운동을 하는 모든 분들께 힘과 용기를 주셨던 분이신데 갑자기 떠나 한없이 슬프고 괴롭다.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 남은 사람들이 어머님의 못다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빈소에서 "배 여사가 5·18 유족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해왔는데 비보를 듣게 돼 안타깝다. 망월동 옛 묘역에서 배 여사와 함께 이 열사를 보내던 날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배 여사가 생전 민주 투쟁에 참여하면서 깊은 연을 맺은 종교계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는 헌화·분향을 마친 뒤 유족들에게 "우리나라 민주화가 민주 열사들의 피와 땀이 모여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아들이 그토록 어머니 또한 바랐던 우리나라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반도 평화와 우리 민족의 진흥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함께 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위로했다.
이어 "애국 선열과 민주 열사들이 이루지 못한 나머지는 남아있는 우리들이 힘껏 함께 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삼가 명복을 빕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사목 활동을 펼치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분향한 뒤 제단 앞에서 국화를 올렸다. 곧바로 성호를 긋고 기도하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는 "당연히 배은심 어머니는 모든 시민들의 어머니이십니다. 현장에서 함께 할 수 없지만 다만 그토록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한열이를 만나셨을 때 그것으로 위로를 삼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라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여사께서 국민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개인의 삶이 희생되거나 다른 이가 고통 받으면 안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말씀하셨다. 그 뜻을 다시 새기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헌화한 뒤 큰 절을 하고 유족과 악수로 슬픔을 나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대신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권은희 원내대표도 조문을 마쳤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도 오후 4시께 빈소를 찾아 헌화·분향한 뒤 고개를 숙였다. 김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 "이한열 열사와 배은심 여사가 꿈꾸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기득권 공화국을 깨트리고 기회가 강물처럼 넘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과제이자 사명이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삶을 기린다.
이날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 차려진 서울분향소에서도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배 여사는 지난 3일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8일 퇴원했다. 이후 다시 쓰러져 전날 오전 5시 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숨졌다.
배 여사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아들인 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해 대학생·노동자·농민 등의 민주화 시위·집회 현장에 앞장섰다.
평생을 민주화에 헌신한 배 여사의 장례식은 시민사회단체 주관으로 '민주의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장례는 전날부터 사흘 간 진행되며 오는 11일 오전 9시 발인해 망월동 8묘역에 안장된다.
발인에 앞서 이날 오후 7시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삶과 민주화 투쟁 과정을 조명하는 '추도의 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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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곡성 / 양성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