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절차 밟는 제주칼호텔,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권고
"구조조정 해서 호텔 비싸게 팔겠다는 얘기밖에 안 돼"
도급사 ㈜항공종합서비스 "직원 피해 최소화 최우선"
호텔 영업 중단을 선언한 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칼(KAL)호텔의 노동자들이 사측의 희망퇴직 권고는 '정리해고 강행'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은 3일 오전 호텔 정문 앞에서 "노동자의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강행하는 한진 자본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호텔 운영사인 한진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는 다음달 30일 호텔 영업 종료를 밝힌 뒤 모 자산운용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지속적인 대규모 적자와 부채 증가에 따라 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4월 말 영업 중단 이후 5월31일자로 도급계약도 종료한다는 일정이다.
호텔 노동자들은 "사측이 전날(2일) 전체 조합원에 대해 오는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공고를 했다"며 "단체협약에 의거해 조합원의 신분 변동에 대해 노조와 협의를 하고 있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매각을 발표할 때도 그랬고,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매각을 결정할 때도 그랬다"며 "올해 2월 호텔 영업 종료를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진그룹은 칼호텔 노동자의 생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홍영표 제주칼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정리해고의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구조조정을 해서 (호텔을) 비싸게 팔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매각 반대 입장을 내고 도민들도 반대하고 있는데 이같이 추진하는 건 우리 도민사회를 하찮게 보는 갑질 재벌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도 "사측은 호텔 노동자를 사지로 몰고, 그 가족들의 생계와 목숨줄을 끊어 놓으려 하고 있다"며 "한진과 대한항공의 실질적 책임자가 나와서 합의하자고 했지만 이런 요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권고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칼호텔을 도급 운영하는 대한항공의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원청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경영난에 따른 도급계약 해지가 확정되면서 사업장이 축소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면서 "인위적인 감원과 직원들의 피해 최소화를 최우선 목표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과 관련해서는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통해 감원 인원을 초과할 경우 더 이상 감원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는 기본급 20개월분을 연령과 근속 기간에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한 다른 호텔에 비해 월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74년 준공된 제주칼호텔에서는 카지노를 포함해 38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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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